[한상숙기자] SK 와이번스가 결단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팀 에이스 김광현을 위해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비록 SK가 손에 쥐게 될 금액은 적지만 선수의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
포스팅 응찰액 수용을 결정하기까지 하루가 걸렸다. SK는 11일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으로부터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 결과를 전달받았다. 어느 구단이 최고액 응찰액을 써냈는지는 공식화되지 않았고(현지 보도 등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임이 사실상 드러났다), 금액은 200만달러였다.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SK는 당황했다. 김광현도 마찬가지였다.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SK는 이미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까지 열며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돕기로 했었다. 이 기자회견은 생중계됐다. 그만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쏠린 관심이 컸다. SK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역시 "랜디 존슨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이렇게 기회가 왔다"면서 빅리그 진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큰 문제가 없다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포스팅 응찰액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SK는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적은 응찰액은 김광현의 연봉은 물론 앞으로 빅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양현종과 강정호 등 다른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난 12일 오후, SK는 김광현의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민경삼 단장이 김광현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김광현의 진심이 전해지자 포스팅 응찰액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이 꿈이었다"는 김광현의 말에 민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 단장은 "속이 깊고, 의지가 강한 선수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에 뿌듯했다"면서 흐뭇해 했다. 민 단장도 야구 후배의 도전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김광현은 SK의 대들보였다. 2008년 16승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에는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하면서 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13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부진, 외국인 선수의 이탈에도 김광현은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SK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28경기에 등판했다.
김용희 신임 감독 체제로 출발하는 2015시즌부터는 김광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SK로서는 당연히 큰 손실이다. 더구나 류현진을 보내면서 한화가 챙겼던 거액의 '실탄'도 만져볼 수 없다. 한화는 류현진을 보내면서 2천5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의 포스팅금액을 받아 이용규와 정근우 등 대형 FA를 영입했다. 그러나 김광현을 내주며 받게 될 200만달러로는 국내 FA 선수 한 명도 제대로 잡기 어렵다.
하지만 SK는 돈이 아닌 미래를 봤다. 민 단장은 "김광현은 SK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선수다. 그의 꿈을 키워주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이렇게 하나의 좋은 선례를 남기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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