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종목은 정해져 있었다. 쇼트트랙이 거의 전부였다. 그리고 밴쿠버 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가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통적 강세 종목 쇼트트랙, 그리고 세계 무대를 평정하고 있던 김연아의 금메달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종목 외에 다른 곳에서도 깜짝 금메달이 나왔다.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이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은 이상화였다.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의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세계무대에서 무명의 선수에 가까웠던 이상화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깜짝 스타의 등장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이상화는 깜짝 스타에 머물지 않았다. 이후 이상화는 여자 빙속 500m 세계 랭킹 1위를 고수하며,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월드컵 7회 연속 우승, 그리고 네 번의 세계신기록 작성까지,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둔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예견됐었다. 문제는 부담감이었다. 밴쿠버 대회 당시에는 무명으로서 편안하게 질주할 수 있었지만 소치를 앞두고는 모든 이목의 중심에 섰다.
이런 부담감을 안고 나선 소치 올림픽, 역시나 이상화였다. 그녀는 해냈다. 이상화는 2014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37초28)으로 질주하며 다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에 이은 대회 2연패.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빙속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빙속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선수, 이렇게 위대한 선수가 한국에 있었던가. 그것도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스피드스케이팅 불모지로 평가 받았던 한국에서 이처럼 위대한 선수가 나타났다. 이상화의 등장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한국으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선물이었다.
올림픽 2연패는 결코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 1992, 1994, 3연패), 캐나다의 카트리나 르메이돈(1998, 2002) 둘 뿐이었다. 여기에 자랑스러운 이상화의 이름이 더해졌다.
그리고 '이상화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상화는 2018 평창 올림픽에서 3연패에 도전할 계획이다.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에 가장 찬란하게 기록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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