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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년]특별대담-전북현대②이장님과 단장님, 퍼거슨 감독과 길 사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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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전북 성장 이끈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의 풀스토리

[이성필기자] K리그 한 팀에서 오래 지뷔봉을 잡았던 최장수 감독은 누구일까, 박종환(76, 1988~1996년 성남 일화), 김정남(71, 2000~2008년 울산 현대), 김호(70, 1995~2003년 수원 삼성) 감독 등이 대표적인 장수 감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노장 감독들의 기록은 흘러간 역사가 됐다. 2005년 6월부터 전북 현대 사령탑을 맡은 '봉동이장' 최강희(55) 감독이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을 전북에서 흘려 보내고 있다. 10년의 세월 동안 그의 옆에는 이철근(61) 단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과 데이비드 길 전 사장에 비교되고는 한다. 퍼거슨 감독과 길 사장이 맨유에서 그랬던 것처럼 둘이 선수단과 프런트를 잘 이끌어 전북을 오래토록 최강팀, 명문팀의 자리에서 빛나게 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최 감독과 이 단장은 전북을 K리그 정상권 클럽으로 격상시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2006년), K리그 우승 2회(2009년, 2011년), FA컵 우승(2005년) 등을 이뤄냈다. 수원과 서울, 울산, 포항 등이 이끌던 리그 판도를 흔들었다. 조재진을 시작으로 이동국, 김상식 등이 전북의 성장을 견인했고 이승기, 이재성 등 젊은이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올해는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전북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앞의 절반 10년 정도는 고뇌의 시간이었지만 뒤의 절반 10년은 고속성장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고민해야 한다. 톱니바퀴처럼 끈끈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감독-단장 콤비는 또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29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최 감독과 이 단장은 팀의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5년 뒤 운영 자금의 반은 구단이 벌어서 쓴다"

①편에서 이 단장의 5년 발전 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두 번째 5년은 올해면 종료된다. 이 단장은 K리그가 함께 파이를 키워나가야 전북도 더 성장할 수 있다며 동반 성장론을 꺼내들었다. 이런 식으로 K리그가 위축되면 전북이 투자를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만 된다는 것이다.

이철근 단장(이하 이)="향후 5년 후 구단 운영 자금의 반은 직접 벌어서 쓸 것이다. 10년 후에는 자생하는 구단으로 끌어가야 한다. 비전과 방향은 이미 설정을 했다. 다만, K리그가 계속 죽으면 혼자 할 수 없다. 선수를 많이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관중도 평균 2~3만을 찍어야 한다. 일단 내년에는 평균 2만명을 채워야 된다. 5년 내에 3만이 되어야 한다. 팬도 육성을 해야 한다. 5년 내 5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흥행이 되어야만 한다. 팬이 있어야 중계방송도 들어올 것 아닌가."

구체적인 방법 제시도 있었다. 그동안 K리그에서 구상만 했던 동남아시아권 선수나 시장이 넓은 중국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이미 펑샤오팅, 완호우량, 황보원 등을 영입해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이="중국 선수를 영입해 마케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을 보니 베트남 메시로 불리던 선수가 잘하더라. 아시아쿼터를 늘려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다 도내에 베트남 여성들도 많다. 유니폼 수요가 충분히 늘 수 있다. 시즌 전에 투어를 통해 경기하고 중계권료 받고 그러면 모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구단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선수 세 명 영입에 15억원이 들어갔었는데 나중에 20억원을 벌었다. 넓은 시장을 그냥 둬서는 안된다."

이는 최 감독도 함께 인식하는 부분이다. 최 감독은 기회가 있으면 늘 K리그 시장을 넓히기 위한 주장을 과감하게 던져 프로축구연맹을 뜨끔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유럽 주요 리그와 문화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했을 말들이다.

최강희 감독(이하 최)="축구단을 키우고 성적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중 유치가 중요하다. 단장님께 1년만 홍보부장을 시켜달라고 했다. 서포터석을 다 메우겠다고 했다. 전북 지역에서 확실히 뿌리도 내려야 되고 프로팀에 걸맞게 고정팬들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팬들을 위해 시즌 중이라도 선수들을 적극 마케팅에 활용하게 하고 있다 조금씩 늘려가면 평균 관중 2~3만명은 불가능하지 않다."

길은 '역시나' 유소년 활성화에 있다

전북은 얼마 전 재미있는 사례를 언론에 홍보했다. 유소년 보급반(12세 이하) 수기를 공모했는데 패쇄적이던 아이가 축구를 통해 활동적으로 변하고 집안이 화목해졌다는 내용들이다. 보급반 활동 이후 부모가 아이보다 더 전북의 광적인 팬으로 변했다는 의미있는 수기였다.

기자도 수기 몇 부를 받아서 읽어봤다. 축구가 해야 할 사회적인 역할이 내용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K리그의 화두인 유소년 육성에 축구발전과 K리그 흥행의 모든 뿌리가 있었다. 한 학부모는 "반에서 소극적이라 친구들이 거의 없었던 아이가 보급반 활동을 한 뒤 다른 반과의 축구 대회에서 골을 넣고 영웅이 됐다. 친구 학부모들도 놀라서 비결이 뭐냐고 묻더라. 이 비밀스러운 활동을 말해줄까말까 하다가 공개했더니 너도나도 구단 보급반 신청을 하겠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라는 사연을 올렸다. 이 단장은 이런 보급반의 사례를 즐겁게 이야기했다.

이="400명의 유소년이 그냥 경기장에 오는게 아니다.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동행한다. 여기서 1천200명의 관중이 생긴다. 보급반 수를 1천200명으로 늘리려고 한다. 전주 시내 인조잔디 1면당 200명씩 교육을 시키면 된다. 익산, 군산, 김제, 정읍 등도 전체를 그렇게 만드려고 한다. 5년이면 1만, 2만명이 된다. 이것이 바로 팬 육성이라고 본다."

최="팬을 기른다는 개념은 약간 어색하지만 취지는 공감한다. 유럽은 클럽에서 기르는게 아니고 중소도시에 7살 어린이가 부모님과 함께 축구하러 온다. 전북의 유스팀은 아직까지 스카우트로 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지금 유스팀 선수들이 모두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곧 축구팬이다. 나도 수기를 읽어 봤는데 아들이 축구하면서 성격이 바뀌고 가족이 화목해지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들을 위해 선수단도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최 감독이 느끼는 감정은 1996년 K리그에 참가한 수원의 성장과 비교해볼 수 있다. 당시 수원에 몸담았던 최 감독은 트레이너와 코치로 김호 감독을 보좌하면서 수원의 팬 그러모으기를 지켜봤다. 수원은 신생 구단이었지만 고종수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있었고 축구 실력과 성적으로 신흥 강호가 되며 인기몰이를 했다. 최근에는 K리그 최고의 흥행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축구 수도'라는 표현이 수원에 어울리는 이유다.

최="수원은 폭발적이었다. 3년만에 우승을 했고 고종수라는 아이돌이 있었다. 리호승 현 수원 사무국장이 서포터 1만5천명을 관리했다. 그랑블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금 전북과는 조금 다르다. 전북은 시간이 걸려서 서서히 만들어졌다. 이 단장님도 구단과 모기업을 밀착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가. 전북은 우승을 앞두고 있지만 도전해야 할 것도 많다. K리그 전체적으로 축소만 되지 않는다면 전북이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다. 리그마다 절대적인 강자 몇 팀이 있어야 한다. 하향 평준화로 질이 떨어지면 안된다. 그래야 관중이 더 늘어난다."

"최 감독을 영입했던 내 선택이 옳았다" "단장님은 오래 계셔야 할 분"

원대한 계획을 함께 실천하려면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른다. 과연 두 사람은 퍼거슨 감독과 길 사장처럼 오래오래 전북에서 함께 할 수 있을까. 서로 말하기에 분명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최 감독도 농담으로 "단장님이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라며 한 팀 사령탑으로 오랜 재임에 대해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최="단장님은 오래 계셔야 한다. 경영 전문가니 그렇다. 회사 입장에서는 전문가니까 인정하고 맡겨주시면 좋다. 밖에서도 오래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그 자체가 잘못된 이야기다. 감독은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고 성적을 내든 어필할 수 있는 것을 해내야 된다. 계약기간에 못을 박고 가면 나태해진다. 지금 환경이 좋아졌지만 5층 아파트에서 클럽하우스를 꿈꾸던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채찍질을 계속해야 한다. 나도 솔직히 팀에 대해 애정이 생기고 그런 생각도 있지만 내가 계약 기간을 따라야 한다. 그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는 단장님 하고는 눈빛만 봐도 안다. 만들어 가다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는다. 정해놓고는 갈 수 없다. 팬들이 들고 일어나서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이="스포츠단과 기업의 사고 방식이 다른 게 있다. 외국의 프로스포츠단과 기업하고, 우리하고 다르다. 사람들에게 우리 구단 이야기를 하면 이해를 못한다. 어떻게 그렇게 운영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최 감독은 이제 기업의 생각을 안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고 의견을 내면 검토를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내방객이 지난해 10월 개관 이후 2천800명이 넘어서고 있다. 모기업에서도 잘되니까 가서 보라고 한다. 왜 구단이 명문이 됐는지 이해를 하고 간다. 감독이 잘 서 있고 안정되어 있다. 최 감독은 10년, 20년 간다고 본다."

최 감독은 2009년 정규리그 우승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부터 새 클럽하우스 건립 약속을 얻어냈다. 2010년 착공에 들어가 예상과 달리 지난해 10월에야 완공됐다. 이 단장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볼턴 원더러스(이상 잉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 등의 클럽하우스를 꼼꼼히 살펴 장점만 흡수했다.

대담을 위해 클럽하우스를 찾은 날 이 단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클럽하우스 투어 가이드를 자청했다. 기자는 과거 6년 정도 전북 담당을 했으나 담당이 바뀌어 클럽하우스 완공을 보지 못했다. 봉동읍의 현대자동차 사원아파트 로비에서 일반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선수들 인터뷰를 하던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새 클럽하우스가 필요하다고 기사를 쓴 시절을 생각하며 남부럽지 않게 지어진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우승 후 클럽하우스 건립, 올해 전북이 우승을 하면?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 최 감독은 또 무엇을 요구할까. 최 감독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숙원사업인 클럽하우스가 해결됐으니 늘 숙제와 같은 구단의 수준에 맞는 선수 영입 문제로 고심할 것 같다. K리그가 아닌,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구단을 이끌어 아시아 최고 구단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함이다.

최="선수에 대한 욕심은 있다. 어느날 갑자기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떠서 선수가 가버리니 허망하더라. 그런 팀을 상대해보면서 과연 앞으로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나 싶더라. K리그에서 평생 있을 수 없는 투자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하메스 로드리게스, 카림 벤제마를 보유하고 있지만 과연 저것이 맞나 싶더라. 딱 구단의 수준에 맞는 일정 선수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7~8명 영입보다는 2~3명 큰 선수를 영입해야 흔적이 남는다."

이="우리 구단도 나도 그런 생각을 함께한다. 숫자적인 면보다 질적으로 (선수영입을) 해야 한다. 감독이 대표팀에 떠나있는 동안 리스크가 생겼다. 그래서 리스크 생기지 않게 구단 운영도 하고 선수 영입도 하고 또 선수도 팔아야 한다. 이제는 나가려는 선수들이 계약기간에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 구단 운영이 너무나 어렵다."

1시간40분여에 걸친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이들에게 덕담으로 마무리하자고 하니 최 감독과 같이 웃던 이 단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축구팬들로부터 '영혼의 투톱'으로 불리는 것이 괜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 애증이 살짝 묻어나오는 고백이 쏟아졌다.

이="내가 감독 선발을 잘한 것이 맞다. 내 선택이 옳았다. 다른 이가 왔으면 이렇게 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정에서 둘이 싸우고 또 머리 맞대고 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선택했으면 10년이니 벌써 감독이 5명은 바뀌었을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있을 수도 없고 원래 숙소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구단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회사에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리 스스로 노력했고 회사에서 보는 눈도 축구 시장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게 만들었다. 감독이 잘해주니 좋지 않은가. 세계 명문구단이라는 목표 지향점만 향해 가면 된다."

최="단장님은 사석에 있으면 형님같다. 집에서는 내가 막내라서 떼도 많이 쓰는데 안되는 줄 알면서도 다 받아주신다. 내게 이야기해줘서 회사 사정이나 구단 사정을 알게 됐다. 그 당시 믿고 의지하며 대화할 분이 단장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북이라는 구단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감독이 성적을 내고 공치사를 다 받는 것 같지만 구단, 선수, 지원스태프대가 다 잘해서 이뤄졌다. 단장님과의 관계는 부부관계라고 비유해 표현하고 싶다. 말 안해도 잘 아는 애정, 안타까움이 있다. 이제는 성을 바꿔야겠다. 단장님 때문에 (최씨) 고집이 없어졌다."

대화를 주고받는 내내 웃음은 떠나가지를 않았다.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대 앞에 선 두 사람이 또 다른 10년 뒤에는 전북을 어떤 구단으로 만들어놓을 지 궁금해진다. 독자 여러분들께 꼭 약속을 하고 싶다. 10년 뒤에도 두 사람이 함께 구단을 밀고 당기고 있다면 꼭 다시 인터뷰를 하겠노라고.

<끝>

조이뉴스24 /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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