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한결같이 우리의 곁을 지키며 친구처럼, 연인처럼, 동생처럼 함께 한 배우들이 있다. 푸릇했던 청춘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을 맞은 베테랑들. 데뷔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도 있고, 뒤늦게 인정받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도 있다. 조이뉴스24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을 함께 해 온 스타들의 과거와 오늘을 살펴봤다.
얼짱에서 영화계의 보석으로
지난 2004년 인터넷 얼짱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옥빈은 광고를 거쳐 2005년 '여고괴담' 시리즈로 첫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인형같은 이목구비로 데뷔부터 눈길을 끈 김옥빈은 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4편 '목소리'로 데뷔했다. 미모에 노래 실력까지 갖춘 신인으로 화제를 모은 김옥빈의 첫인상은 당돌하고 강한 에너지로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젖살이 미처 빠지지 않은 뺨과 큰 눈을 빛내던 그는 이제 사회에 막 발을 들여놓은 스무살답지 않게 성숙미를 풍기고 있었다.
영화 캐스팅 제의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옥빈은 "여고생의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고괴담'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옥빈은 "'여고괴담'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스타게이트잖아요. 앞서 '여고괴담'을 거처간 선배들이 잘 된 모습을 보면 흐뭇해요"라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배들의 뒤를 잇고 싶다던 김옥빈은 스타 등용문이라는 데뷔작의 명성에 걸맞게 충무로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얼짱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 당찬 연기를 선보였으며 개성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고 있다.
데뷔 10년, 포텐 터진 행운아
데뷔 10년만에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겨 기쁘다는 남자 유연석.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데뷔한 유연석은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올드보이' 이후 공백기 동안 군 복무까지 마친 준비된 배우 유연석은 수려한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 여심을 흔드는 유윳빛 미소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11년 조이뉴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연석은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탓에 '올드보이' 출연 당시 이미 스무살이었다"며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친화력 강한 성격과 밝은 미소로 연예계 안팎에서 사랑받고 있는 그는 선과 악을 오가는 눈빛과 외모로 다양한 캐릭터를 거쳤다.
영화 '늑대소년'과 '화이'에서는 악역을, 드라마 '호박꽃 순정'에서는 순정파 의사 역을 선보였다. 이후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여심을 흔드는 '칠봉이'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 대열에 올라섰다.
유연석은 "제가 얼굴이 잘 생기기도, 장기가 뛰어난 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캐릭터에 동화되어서 더 현실감 있고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전한 바 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던 기대주에서 '핫스타'로 떠오른 유연석의 앞으로의 행보도 지켜볼 만하다.
한국연예사 전례없는 스타덤의 주인공
이준기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4년. KBS 단막극에서 개성있는 외모와 근사한 목소리를 가진 신인으로 눈여겨 본 것이 인연이 됐다. 인터뷰 당시 변영주 감독의 청춘영화 '발레교습소' 출연을 앞두고 있던 이준기는 활발하고 친근한 매력을 가진 청년이었다.
인기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변신한 윤계상의 첫영화이자 온주완 등 또래 배우들이 함께한 '발레교습소'에서 이준기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당시 영화와 드라마, CF를 바쁘게 오가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이준기는 초난강과 함께 출연한 일본 영화 '호텔 비너스'와 한일합작 드라마 '별의 소리' 성공으로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높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다.
부산지역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던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은 다름 아닌 담임교사. 춤 잘 추고 끼가 넘치는 그에게 연극반 활동을 권한 것. 우연히 무대에 선 후 또 다른 세상을 맛봤다. 이후 연기에 뜻을 품고 상경해 패션 모델로 데뷔전을 치르고 차근차근 배우의 계단을 밟아 가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준기는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가수를 지망했어요. 그런데 무엇이든 쉬운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서울예대 영화과에 진학한 후로 오로지 연기에만 전념하고 있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운 얼굴선과 개성있는 눈매를 가진 신인배우였던 이준기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에서 여장남자 '공길' 역을 따내며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에서 중성적 매력을 선보이며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이준기는 천만 관객 동원의 한 축을 견인하며 톱스타 자리를 꿰찼다. 이후 물밀듯 쏟아지는 광고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연예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연예계에 전례없던 신드롬'이라는 감탄을 듣기도 했다.
'왕의 남자'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이준기는 "여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부담은 없습니다. 욕심이 많이 나고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인기를 바탕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두편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쓴 맛을 보기도 했지만, 반면 출연 드라마는 승승장구하며 입지를 굳혔다. 한류스타로 인기를 누리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쳐온 이준기는 군 복무 후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충무로가 사랑하는 여배우
지난 2004년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해 장편영화 '사랑니'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펼친 정유미가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영화 '사랑니'에서 김정은의 아역을 맡은 정유미는 이른 오전 삼청동 카페에 마치 옆집 여학생같은 풋풋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시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던 정유미는 분홍 스웨터를 입고 꾸밈없는 얼굴로 수줍게 말을 이어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예쁜 눈이 인상적이던 정유미를 적은 말수와 숫기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정유미는 "지금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 현실"이라며 "친구들과 대학에서 단편영화를 만들고 오디션 끝에 '사랑니'에 출연하기까지 모든 일들이 신기하기만 하다"고 신인 특유의 생기를 뿜어냈다.
가녀린 몸매에 맑은 눈을 가진 정유미는 이후 '독립영화의 여신'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작품성 있는 저예산영화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내 깡패같은 애인', '옥희의 영화', '우리선희' 등 주옥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작품을 보는 안목과 뚜렷한 주관을 가진 배우로 성장한 정유미는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직장의 신', '연애의 발견' 등으로 대중과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10년 쌓은 포텐, 한방을 기다린다
만년 청년같은 정경호가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가 됐다. 지난 2004년 드라마 '낭랑 18세' 출연을 시작으로 배우로 데뷔한 그는 이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데뷔 직후 쏟아진 관심으로 줄곧 주연으로 활동해온 정경호는 최근 영화 '롤러코스터'와 '맨홀'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톱스타 역을 맡으며 임수정, 소지섭과 함께 인기를 얻은 정경호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영화에서도 톱스타 역을 맡았던 정경호는 밝고 거침없는, 신세대 청년 특유의 당찬 면을 보였다.
이후 '광식이 동생 광태', '폭력써클', '님은 먼곳에', '거북이 달린다' 등에서 제 몫을 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 드라마 '끝없는 사랑'을 마친 정경호는 영화 '맨홀'에서 연쇄살인마 역할을 맡으며 또 다른 도전을 감행했다.
"데뷔하고 10년이 됐지만 배우 정경호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아직 없는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이 만나면 자주 말하는 작품이 있긴 하다. 한 방은 없지만 계속 꾸준히 가는 지금의 위치가 좋다. 아직까지 많은 기회가 있고, 도전해볼 수 있으니까. 지금의 위치가 감사하다."
10년 동안 꾸준히 쌓은 내공을 터뜨릴 '한 방'을 아직 숨기고 있는 배우 정경호. 연기와 연애를 모두 거머쥔 행운아 정경호의 빛나는 포텐을 기대해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