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승부차기 연습은 하지 않았어요."
성남FC 주장 박진포에게는 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상대의 5번째 키커의 슛이 허공으로 뜨자 자기 차례도 아닌데 키커로 나서겠다며 페널티지역으로 걸어갔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실축이라도 하면 다시 다음 키커에게 더욱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진포는 깔끔하게 슛을 성공시키며 성남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렇게 성남은 2011년 우승 이후 3년 만에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성남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전북 현대와의 4강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결승 상대는 상주 상무를 1-0으로 물리친 FC서울이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성남이 뒤져 대부분 전북의 승리를 점쳤다. 그래서 성남에게는 더욱 값진 결승 티켓 확보였다. 박진포는 승부차기 4-4로 맞선 가운데 전북의 이승기가 실축하자 자신이 직접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리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박진포는 "승부차기 훈련은 하지 않았다. 상대의 실축 후 느낌이라는 것이 와서 내가 나서겠다고 했다. 못찬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라며 마지막 키커를 자청했던 이유를 전했다.
김학범 감독은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났지만 의외로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부여했다. 그는 "감독님이 오시고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감독님이 하는 것을 본 뒤 신뢰감이 생겼고 더 잘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라며 끈끈해진 팀 분위기가 결승 티켓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박진포는 "감독님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라며 모두의 희생이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 스플릿에 포함,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오는 26일 정규리그 33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를 상대한다. 울산은 전남 드래곤즈와 상위 스플릿 1장의 티켓을 놓고 겨루고 있는 팀이다.
박진포는 "우리가 강팀 킬러다. 팀도 살아나고 있다. 울산에게는 미안하지만 꼭 승리해서 하위 스플릿에서의 자신감으로 삼겠다"라며 다음 경기에 대한 승리 의지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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