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레슬링 자유형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한국은 이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자유형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6개 등 7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했던 금메달은 없었지만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1개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성과다.
자유형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전통적인 '효자종목'이었다. 그러나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박장순 현 대표팀 감독의 금메달 이후 금맥은 뚝 끊겼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신통치 않았다. 그레코로만형이 꾸준한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졌다.
심기일전한 자유형 대표팀은 죽을 힘을 다해 훈련에 매달렸다. 남들 모르게 더 일찍 기상해 체력 훈련에 매진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구토를 유발할 정도의 훈련량으로 선수들은 녹초가 되기 다반사였다. 그래도 '부활'이라는 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대표선수들은 참고 또 참으며 노력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무명으로 평가 받았던 70㎏급 오만호(울산 남구청)가 깜짝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벡조드 압두라크모노프(우즈베키스탄)에 패해 은메달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12월 74㎏급에서 70㎏급으로 체급을 변경한 뒤 이뤄낸 일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동메달을 획득한 윤준식(삼성생명), 이상규(부천시청)는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뒤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세대교체를 해내며 2년 뒤 2016 리우 올림픽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는 뜻이다.
레슬링협회가 야심차게 내세운 금메달 프로젝트도 윤준식 등으로 가시적인 결과물을 냈다. 국제대회 경험을 서서히 쌓으면서 리우 올림픽까지 잘 성장하면 메달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선택적 육성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장순 감독의 열정도 대단했다. 박 감독은 "죽기 살기로 메달을 따내겠다"라며 자유형 부활에 팔을 걷어붙였다. 원하던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지만 11명 출전 선수 중 7명이 메달을 수확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기술적인 성숙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레슬링 강국 이란의 경우 하체 태클을 유연하게 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모두 좌절시켰다. 수비적인 부분이 좀 더 강한 한국 입장에서는 공격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얻었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그레코로만형보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큰 대회 경험을 처음 한 윤준식 등이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많은 것을 안겨다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의 투혼도 살아났고 해보자는 의지도 있었다. 이번 대회를 철저하게 분석해 기술 향상에 매진하면 리우에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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