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조별예선 두 경기로 타선의 자신감이 한껏 달아올랐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사실상의 결승전 전초전 격이었던 대만전에서 14안타를 몰아치면서 10점을 올렸다.
한국은 24일 대만과의 조별예선 2차전에서 1회부터 대거 7점을 올린 타선의 활약을 앞세워 10-0,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25일 약체 홍콩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날 대만전에서는 김현수와 박병호, 강정호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1회말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가 2타점 중월 적시 2루타를 날려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의 결승점이었다.
박병호가 좌익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무사 2, 3루에서 강정호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강정호는 자신에 찬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승부가 한국 쪽으로 일찌감치 기운 시점이었다.
2회 1사 후에는 박병호도 중월 솔로포를 날렸다.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강민호가 11구 접전 끝에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올렸다. 한국은 9-0으로 앞섰다. '쳐줘야 할' 선수들이 저마다 제 몫을 해냈다.
한국대표팀 타선의 포문을 달군 시작은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태국과 대만전에서 2경기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대표팀에 오면 잘 맞는다"면서 웃은 김현수는 "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잘 막아줘서 결승타가 된 것이다. 또 1, 2번 타자들이 찬스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한국은 탐색전부터 치열하게 준비했다. 김현수는 "1번 타자인 민병헌이 투수의 변화구를 체크하기로 했다. 안타 한두 개를 맞다 보니 서서히 변화구를 던지더라. 직구가 좋은 투수가 많았는데, 밋밋한 변화구를 계속 던지다가 대만 투수들이 자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정호는 '대만 킬러'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린 강정호는 이날도 초반 승기를 휘어잡는 홈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는 "'대만 킬러'라고 불러줘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걱적했던 손가락 부상 상태도 좋아졌다. 강정호는 "솔직히 많이 걱정했는데, 치료받고 훈련하다 보니 좋아졌다. 지금은 90% 정도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대만 선발 투수 왕야오린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5실점(4자책)을 기록한 뒤 강판당했다. 그러나 구원 등판해 무실점 호투한 천관위(4.1이닝 4피안타 5탈삼진)와 린이샹(0.2이닝 1볼넷 1탈삼진)은 경계해야 할 투수들로 떠올랐다. 2회까지 9-0으로 앞선 한국은 3회부터 5이닝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류중일 감독도 "추가점이 부족했다"고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결승전 선발로 예상됐던 천관위는 이날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눈길을 끌었다. 천관위는 "준결승부터 불펜에 대기한다"며 "계속 던질 준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이 결승에 오른다면 한국 타선은 다시 천관위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강정호는 "대만이 한국 투수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대만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오늘 경기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결승전에 어떤 투수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박병호도 "천관위의 구위가 좋았다기보다는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날 경기서 첫 홈런을 날려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관위는 광저우 때와 비교해 퀵모션이 빨라졌다. 이제 알았으니 다음 경기에서 대비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천관위를 만나 잠잠했던 타선이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9-0 상황이라서 선수들이 못 쳤을 수 있다. 0-0이라면 또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투수가 나오든 쳐야 한다"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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