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배우 정유미는 올해 '결혼'이라는 단어와 참 인연이 많다.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연하남 정준하와 티격태격 결혼 생활로 웃음을 안겼고,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에서는 모진 시집살이로 눈물 콧물 쏙 뺐다. 되려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웃는 정유미다.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 마지막회 방송이 있던 지난 18일 정유미를 만났다. "엄마에게도 '스포'는 안 알려준다"는 정유미는 구체적인 결말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긴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일이 더 벌어질 것 같기도 하고, 엔딩이 급하게 서둘러 끝난 느낌이다. 배우들끼리 농담삼아 시즌2 이야기를 했다"고 웃었다.
'엄마의 정원'은 정유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120부작, 무려 8개월 간 진행되는 긴 호흡의 드라마. 여기에 극을 이끌고 가야하는 여주인공이었다. "김희애 이후 여배우를 미팅하는 건 처음"이라는 박정수 작가에 대한 믿음 하나로, '엄마의 정원'에 승선했다. 100%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8개월 전 정유미보다 지금의 정유미는 배우로서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윤주 캐릭터 답답했지만, 이해도 됐다"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1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출생의 비밀과 결혼을 둘러싼 진부한 소재, 반복적 전개 등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마지막회에서는 차기준(최태준 분)과 서윤주(정유미 분)가 이혼 후 재결합하는 모습으로 급하게 마무리됐다.
극의 중심축에 섰던 정유미 또한 "아쉬운 면도 분명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일일극 안에는 갈등 요소가 분명 필요하고 또 그것을 좋아해주시지만 '엄마의 정원'이 저와 기준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서 끝이 난 부분은 아쉬워요. 윤주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는 잘 마무리되서 좋은데 다른 인물들 마무리가 서둘러서 급하게 결말지어진 느낌이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드라마를 하면서 노도철 감독님께서 '이 드라마는 둘의 사랑이 가장 중심이고, 그 사람을 방해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 위주로 흘러간다. 우리 드라마가 막장으로 안 빠지고 순수함이나 진실성을 가지고 가는 것은 두 사람의 몫이다'고 이야기 하셔서, 또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정유미가 연기한 윤주에 대한 캐릭터 역시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인물이자 결혼 후에도 극한 시집살이로 이혼까지 겪게 되는 인물로 참고, 인내하고, 또 포기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극의 몰입을 높이는 동시에 답답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 정유미는 극 초반 헤맸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윤주에 몰입됐다고 말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돼요. 8개월 되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납득이 안 되는 장면은 덜했어요. 그럼에도 답답함은 있었죠. 연기자로서 한번쯤 뿜어내는 감정신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모든 것을 다 참잖아요. 모든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기준이가 부러웠죠."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눈물신. 수없이 다양한 눈물 연기와 감정신을 선보였다. 정유미는 "대본이 눈물 때문에 흥건할 정도였다. 오열, 통곡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아 통곡의 재해석이라 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모진 시집살이, 결혼에 대한 환상 사라졌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과 '옥탑방 왕세자', '원더풀스캔들' 등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던 정유미에게 일일극은 처음. 전작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반응도 많았다.
"친구들 만나 저녁에 밥집을 갔는데 '엄마의 정원'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조금 민망해서 다른 밥집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엄마의 정원'을 보고 있고. 추석에 엄마와 함께 장보러 가서도 아주머니들이 '너무 잘 보고 있다. 제발 좀 행복하라'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사인을 하는데 어머니가 뿌듯해 하더라고요. 이 작품 하면서 제일 뿌듯했던 것은 외할머니 때문이었어요. 사실 손녀가 연기를 하지만, 일찍 주무시니 제대로 보시기도 힘드시잖아요. 저를 볼 때면 '일일드라마 좀 해라. 인기가 더 높아져야 하는거냐'고 하셨어요. '엄마의 정원'을 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대견하다고 하셔서 할머니한테 효도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정유미는 "'엄마의 정원' 하며 선이 많이 들어왔다"고도 했다. 지고지순하고 참한 윤주의 캐릭터의 인기가 어른들에게는 참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정유미는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정유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원래도 없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시집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중 불임으로 인해 고통 받았고, 이로 인해 시어머니 김창숙의 모진 구박을 받았다. 정유미의 시집살이 강도가 더해갈 수록 시청률은 더 올랐다.
"시월드 연기를 하는데 김창숙 선생님께서 더 힘들어하셔서 너무 죄송했어요. 실제로 그런 시어머니가 있을까요. 저는 윤주처럼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물론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으로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는 좀... 남편을 얼마만큼 사랑해야 다 참고 살 수 있을까요. 아직 결혼은 제게 먼 이야기 같아요."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서도 가상 결혼을 경험한 정유미에게 원하는 남편상에 대해 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최태준일까, 아니면 티격태격 하던 정준영일까.
정유미는 "친구 같은 남편을 만나고 싶다. 조금 소박하게 살더라도 많이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남편이면 좋겠다. 함께 캠핑가고, 자전거도 타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고 축구도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올 초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와 영화 '터널 3D', 드라마 '엄마의 정원'까지 부지런히 달려왔다. 조금 쉬고 싶을 만도 하건만, 정유미는 "벌써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매니저가 '두 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 '여자 박지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요. 윤주라는 인물이 워낙 곡절이 많았던 인물이기에 빨리 다른 역할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요. 빨리 다른 작품을 해서 잊고 싶어요. 항상 작품이 끝나면 아쉬웠던 것이 많은지 다른 것으로 채우고 싶더라고요. 재미있는 역할, 밝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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