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유연석이 '국민 훈남'의 옷을 벗어던졌다. 전작 속 강렬했던 악역의 얼굴도 버렸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진실을 위해 발벗고 나선 제보자가 스크린 속 그의 얼굴이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수박)에 출연한 배우 유연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과 이를 다룬 MBC 'PD수첩'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픽션이다. 극 중 시사 프로그램의 PD 윤민철 역을 배우 박해일이, 줄기세포 복제 연구소의 연구원이었지만 양심을 속일 수 없어 충격적인 제보를 하게 되는 심민호 역을 유연석이 맡았다. 논문 조작 스캔들에 휘말리는 이장환 박사 역을 이경영이 연기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배역 심민호는 제목인 '제보자' 그 자체인 인물이다. PD 역의 박해일이 보다 많은 분량을 이끌어가는듯 보여도, 제목이 시사하듯 유연석의 활약은 영화의 메시지와 직접 맞닿아있다. 유연석은 "제목 '제보자'는 처음엔 가제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영화 속 제보자가 분명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타이틀롤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그렇게까지 생각하기는 죄송스러웠다"고 밝게 답했다. 이어 "현실 속 인물을 바탕으로 했지만 실제 인물을 따라가기보다는 인물을 하나의 캐릭터로 바라보고 연기하려 했다"며 "실제 수의대 연구원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등 연구원의 모습, 아빠의 모습 같은 것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다정다감한 '훈남' 칠봉 역으로 시청자를 만났던 유연석은 전혀 다른 색채의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는 "'응답하라 1994 '촬영을 마치기 전 '제보자' 출연을 결정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면에 많이 끌렸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알렸다.
전작들과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차용한 '제보자'는 유연석에게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만한 작품"이었다. 그는 "도전해볼 만한 여지들이 여러 면 있었다"며 "아픈 딸을 기르는 아빠라는 캐릭터의 성격도 그랬고, 저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을 연구원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유연석은 "'어떻게 하면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 뭐가 더 매력적일까'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며 "이번엔 영화의 메시지가 강하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배우로서 관객에게 한 번 쯤 생각해볼만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작품에 임한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박해일과 이경영은 유연석에게 "한 번 더 함께 연기하고 싶은" 선배들이다. 윤민철 PD 역의 박해일과는 진실을 둘러싸고 함께 나아가는 조력자의 모습부터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까지 입체적인 관계를 연기했다.
유연석은 "박해일 선배와 이경영 선배 등 이번에 같이 연기한 분들을 다시 한 번 뵙고 싶다"며 "다행스럽게도 이경영 선배와는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한 번 더 만나 더 친해졌다. 제가 사석에서 아버지라 부를 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박해일 선배와도 촬영하며 너무 좋았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예상했던 대로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며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함께 연기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10여년 전 실제 사건이 한국 사회에 던졌던 질문을 복기하게 만든다. 진실과 국익, 나라면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자문하는 관객들도 많을듯 보인다. 유연석 역시 출연 배우인 동시에 관객으로서 '제보자'의 메시지에 골몰했다.
"나도 진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유연석은 "'어떤 일이건 희생을 감수하고 정의로 맞서기는 쉽지 않은데, 내가 피하진 않았나?' '이 사회에 진실이 존재할까?' '왜 진실이 존재하는 게 힘들어야만 하는 사회인가?' 등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제보자'를 볼 관객들 역시 극장을 나서며 비슷한 맥락의 고민에 빠질 법하다.
한편 '제보자'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을 연출한 감독 임순례가 연출했다. 오는 10월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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