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2, 레버쿠젠)에게 축구팬들이 붙인 별명 중에는 '프리날두'라는 것이 있다. 프리시즌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못지않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골도 많이 넣다가도 막상 정규리그에 들어가면 조용해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부정적인 별명이다.
그러나 올해 프리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브라질월드컵 대표 출전으로 휴식기를 가진 뒤 팀에 뒤늦게 합류했던 손흥민은 프리시즌 연습경기 등에서 비교적 조용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골을 넣을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 대회들이 시작되면서 손흥민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코펜하겐(덴마크)과 경기에서 손흥민은 전반 42분 결승골을 넣으며 레버쿠젠의 3-2 승리에 주역이 됐다.
지난 16일 알레마니아 발달게스하임(6부리그)과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라운드(64강)에서 후반 교체로 나서 첫 골을 넣은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골맛을 본 것이다.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손흥민의 득점력은 오는 23일 예정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손흥민은 그동안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골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드디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골맛을 보며 어떤 대회에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침묵하면서 16강전서 파리 생제르맹에 1, 2차전 합계 1-6으로 완패하며 8강행이 좌절되는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경험하며 한층 성숙해진 손흥민이 골 행진에 시동을 걸어 28일 열릴 홈 2차전에서는 더욱 부담을 덜고 나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이 자신을 왜 중용하고 있는지를 결승골로 증명했다. 레버쿠젠은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요청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손흥민 차출 요구를 거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차출 규정 의무가 없는 대회인데다 손흥민이 팀의 핵심 자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될 경우 레버쿠젠은 9월 최대 7경기를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한다. 유럽의 별들이 총집합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골로 손흥민은 구단의 무한애정에 앙념을 제대로 쳤다. 9월 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 있다.
레버쿠젠 '3S'의 한 축이었던 시드니 샘의 이적으로 손흥민과 슈테판 키슬링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샘과 키슬링이 공격포인트를 나눠먹는 가운데서도 12골 7도움으로 나름대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에는 출발부터 좋아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손흥민이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는 시즌이 되리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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