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의 고춧가루가 매운맛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에는 태양빛에 말린 '태양초' 고춧가루가 준비 중이다.
한화의 상승세가 매섭다. 최근 20경기에서 13승7패 승률 6할5푼이다. 비록 순위는 최하위에 처진 지 오래지만, 갈 길 바쁜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며 순위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9일 LG를 상대로는 1-0의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선발 유창식에 이어 필승공식으로 떠오른 안영명-박정진-윤규진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위 롯데를 추격하는 데 열을 올리던 LG는 불의의 일격을 맞고 롯데와의 승차를 반 경기까지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난 6일에는 삼성을 상대로 연장 11회말 터진 정근우의 끝내기 투런포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이미 벌어 놓은 것이 많은 삼성이었지만, 한화에 발목을 잡히며 60승 고지 점령을 미뤄야 한다는 점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전인 1일과 3일에도 한화는 갈 길 바쁜 두산을 9-6, 4-2로 연파했다. 에이스 니퍼트를 내고도 연패를 당한 두산은 4위 싸움에서 더욱 밀려나고 말았다.
최근 2연승을 기록 중인 한화는 10일 LG와의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이태양을 선발로 예고했다. 믿음직한 오른손투수 이태양을 앞세워 3연승에 도전하는 것. 이태양으로서는 한껏 달아오른 팀 분위기 속에 최근 부진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맞대결 상대가 LG의 5선발인 신정락이라는 점도 희망적이다.
6월까지 한화의 실질적 에이스로 활약한 이태양은 7월부터 부진에 빠졌다. 6월까지 3승3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던 성적이 7월부터는 1승4패 평균자책점 10.33에 머물고 있다. 8월부터 절치부심하고자 했으나 첫 등판이던 지난 5일 삼성전에서 3.2이닝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가 8월 들어 유일하게 패한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둔 시점부터 부진에 빠졌다. 국가대표로서의 부담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이태양 스스로도 "내가 언제부터 국가대표였나. 그냥 잘했을 때 마음을 잊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도 "최근 국가대표 투수들의 부진은 준비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큰 걱정이 없다는 반응이다.
LG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8월 들어 아직 연패가 없다. 거의 손 안에 들어온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집중력도 놀랍다. 하지만 한화의 기세도 무섭긴 마찬가지. 이태양이 6월까지 보여줬던 구위를 회복한다면 재밌는 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고춧가루를 바짝 말리고 있는 이태양이 팀의 3연승을 이끌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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