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에 일단 (불펜)대기를 지시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앞서 덕아웃을 찾은 취재진에게 주말 2연전 마운드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류 감독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 "J. D. 마틴은 오늘 대기 모드"라고 언급했다. 그는 "원래 선발로 나올 순서였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지난 7일과 8일 대구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했다. 그런데 7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선발투수 등판 순서가 하루씩 뒤로 밀리게 됐다.

류 감독이 롯데, 넥센과 4연전에서 구상한 선발은 윤성환, 배영수, 마틴, 밴덴헐크 순이었다. 그런데 비로 7일 경기가 열리지 못해 윤성환이 8일 롯데전에 나왔고 배영수가 이날 넥센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10일 경기에는 밴덴헐크로 내정을 해놓았다. 이로써 선발 등판이 무산된 마틴에 대해 류 감독은 "선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조건은 있었다. 류 감독은 "경기 진행 상황을 봐가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선발 배영수가 경기 초반 흔들릴 경우 마틴이 곧바로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이럴 경우 선발 1+1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류 감독은 "(배)영수가 5이닝을 넘겨 던질 경우에는 다른 카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배영수는 6회까지 2실점 호투를 했고, 스코어도 9-2로 삼성이 여유가 있었지만 류 감독은 마틴 카드를 꺼냈다. 7회말 마틴은 배영수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마틴의 계투 등판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마틴은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하고 5명에게 내리 안타를 맞았다. 15구를 던져 5피안타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 감독 입장에서는 전날 롯데와 혈전을 벌이느라 차우찬, 안지만, 권혁, 심창민 등 불펜 전력을 모두 쏟아부었기 때문에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진 이날 경기에서는 마틴에게 남은 이닝을 맡기고 중간계투진을 아끼고 싶었다.
그러나 류 감독의 바람대로 전혀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좁혀지며 넥센의 맹추격을 받자 삼성 벤치는 마틴에 이어 김현우, 안지만, 차우찬 그리고 마무리 임창용까지 모두 투입하고 나서야 불붙은 넥센 타선을 끌 수 있었다. 9-2로 삼성이 앞서던 경기가 끝날 때의 스코어는 9-8이었다.

마틴이 이렇게 고전한 데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었다. 류 감독은 배영수가 1회말 이택근과 유한준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고 2실점하면서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마틴에게 급히 몸을 풀 것을 지시했다. '1+1 카드'를 일찍 가동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것. 그러나 배영수는 이후 구위를 회복해 6회까지 버티며 넥센 타선을 추가실점 없이 잘 막았다.
그러다보니 마틴은 한참 몸을 풀다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경기 중반 5점 차로 리드를 잡자 류 감독은 불펜 상황을 고려해 고심 끝에 마틴의 구원 등판을 결정했다. 하지만 선발 등판 리듬에 익숙해 있는 마틴으로서는 갑작스런 등판 준비와 불펜 대기 등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마틴은 쉬다가 다시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그러다보니 안타를 많이 맞아버렸다"고 아쉬움을 섞어 얘기했다. 삼성은 이날 넥센의 추격을 간신히 뿌리치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류 감독은 예상치 못한 마틴의 부진과 불펜 전력 소모에 이기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류 감독이 "배영수의 승리가 날아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을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