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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류승우, 차범근-손흥민 따라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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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협회 징계로 서울전 출전 불가, 큰 교훈 얻어가

[이성필기자] 벤치에 앉아 있어야 했었던 류승우(21, 레버쿠젠)에게는 여러모로 뜻깊은 경기였다.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LG전자 초청 FC서울-레버쿠젠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의 화제는 단연 국내에서 뛰는 모습을 보인 레버쿠젠의 손흥민(22)이었지만 아쉽게 출전하지 못한 류승우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류승우는 지난 28일(한국시간) 독일 4부리그 알레마니아 아헨과의 평가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놀라운 돌파 시력을 보이며 동점골을 넣었다. 하지만, 3분 뒤 상대 선수의 도발을 참지 목하고 몸싸움을 벌이다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독일축구협회는 류승우의 행동이 비신사적이라며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프리시즌 친선경기이긴 하지만 고국 팬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었던 류승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안타까운 징계가 됐다. 류승우의 아헨전 퇴장은 축구 인생에 첫 퇴장이었다. 얌전한 공격수가 딱 한 번의 실수로 한국 팬들 앞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날 평가전은 무게감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시축자로는 차범근(61) SBS 해설위원과 루디 푈러(54) 레버쿠젠 기술고문이 나란히 나섰다. 둘은 레버쿠젠의 전설이다. 특히 차범근 위원은 '차붐'으로 불리며 레버쿠젠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었다. 분데스리가 활약 당시 흔한 상대의 도발에도 너그러움으로 대하며 최고 골잡이로 활약한 상남자였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때 차 위원은 독일과 파라과이 16강전 해설 도중 "독일 대표팀의 상태가 나쁘다. 내가 지금까지 본 독일대표팀 경기 중 최악이다"라는 날카로운 비평을 했다. 자국 언론으로부터 차 위원의 해설을 전해 들은 당시 독일 대표팀 감독 푈러가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독일 내 여론이 차 위원 옹호 쪽으로 기울자 푈러는 직접 만나 사과하기도 한 인연이 있다.

류승우의 팀 선배 손흥민은 이날 최고 스타급 대접을 받았다. 손흥민이 손을 흔들면 여성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최근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와 열애설이 터져 더욱 관심이 높아진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드리블에는 박수가 절로 나왔다. 경기 전 선수 소개에서도 홈팀 서울의 어느 선수보다 손흥민에 대한 함성이 가장 컸다. 침착한 그는 흔들림없는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류승우는 비록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이런 모습들을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로저 슈미트 감독이 그를 새 시즌 중용할 지는 프리시즌에서 어느 정도 어필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골을 넣는 등 공격포인트를 올려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류승우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치자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4만6천722명의 관중은 모두 격려의 함성을 보내줬다. 레버쿠젠에서 좀 더 성장해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되라는 의미였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존경받는 차범근과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손흥민의 길을 류승우가 따라가기 위해서는 참고 인내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어가는 서울과의 경기였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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