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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vs'명량', 달라도 너무 다른 대작들의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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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웃음 '군도', 묵직한 사극 전쟁물 '명량'

[권혜림기자] 일주일 차 간격으로 맞붙는 사극 대작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와 '명량'이 모두 베일을 벗고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지난 14일과 21일 각각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와 '명량'은 사극 액션 대작이라는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또렷하게 구분되는 색채를 자랑한다. 예고 영상을 통해선 나란히 묵직한 대작 사극의 탄생을 예고했지만 두 영화의 본편은 180도 다른 무드다. '군도'는 예상을 뒤엎는 웃음 코드로 반전을 노렸고 '명량'은 높은 기대 안에서 정통 사극 전쟁물의 무게감을 꾀했다.

힘 뺀 윤종빈의 '군도', 액션 활극에 웃음을 얹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고 톱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서 올해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군도'는 신명나는 활극에 웃음을 버무렸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 감독의 전작과 비교할 때 한껏 힘을 뺀 오락 영화다.

오마쥬 혹은 명작의 자기화로 여길 만한 시퀀스도 여럿 있다. 도치(하정우 분)와 조윤(강동원 분) 대나무 숲 액션은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을, 한옥 마당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결투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어렴풋이 연상시킨다.

군도 무리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오프닝과 엔딩 등은 숱한 서부극에서 익숙한 장면들. 조윤이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채 날선 눈을 뜨는 신은 감독이 밝혔듯 '백발마녀전'과 닮아 있다. 윤종빈 감독 특유의 재기가 돋보이는 지점들이다.

'군도'의 언론·배급 시사 후, 누군가는 열광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치 넘치는 내레이션과 화면 분할 편집 등 연출에선 전국민이 엄지를 치켜들 대중적 색채보단 특정 타깃층이 더 강렬하게 감화될만한 감수성이 배어나왔다.

반면 메시지는 보편적이다. 민초들이 궐기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이자 판타지다. 실험적인 감각과 대중적 주제가 결합한 '군도'에 관객은 어떤 평을 내릴지가 영화계의 관심사다. 경쟁작 '명량'의 개봉 이전, 초반 일주일의 입소문 전략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군 제대 후 '군도'로 스크린에 공식 복귀한 강동원에 대해선 이견 없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연기한 조윤은 탐관오리의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한 한을 품은 인물. 조윤은 서슴없는 악행으로 민초의 뼈와 살을 깎는다. 강동원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우아한 검술 액션과 만나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완성됐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충무로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하정우는 이번에도 제 몫을 해냈다. 영화 '구미호가족' 이후 그가 본격적인 코믹 캐릭터를 맡은 것은 처음. 순박하고 어리숙한 18세 청년 돌무치부터 군도 무리의 에이스 도치까지 제 옷을 입은듯 소화했다.

'명량', 예상대로 묵직…최민식의 명연기

'명량'은 시종일관 묵직하다. 비켜가지 않는 정면 돌파다. 러닝타임 128분 간 단 한 차례도 의도된 웃음이 없다. '군도'가 역사적 기록에서 출발한 상상력에 기댔다면 '명량'은 온 국민이 아는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분했다.

영화는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선다.

'명량'이 그리는 것은 결코 호기로운 조선 수군의 명장만이 아니다. 영화 속 이순신은 처절한 패배도, 임금의 외면도 겪은 병색 짙은 장군이다. 세상을 떠난 부하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떠는 평범한 인간이자, 아들 이회(권율 분)를 향해 차분한 부성애를 드러내는 아버지다. 61분의 전투 신이 러닝타임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영화는 병법을 빌어 이회에게 삶의 교훈을 전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젊은 관객들이 쾌활한 액션극 '군도'에 열광한다면, '명량'은 무게감 있는 정통 액션물을 원하는 중장년층 관객에게 강하게 소구할 만하다.

최민식은 "출연 제의를 수락한 뒤에도 고생길이 훤했다"는 말로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는 흡인력을 자랑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후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그는 '신세계'로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이어갔다. 할리우드 영화 '루시'에 출연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늘 기대 이상을 해내는 배우 최민식의 열연이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채울 법하다.

왜군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충무로 흥행 수표로 자리매김한 류승룡, '군도'와 '명량' 두 편의 영화로 동시에 관객을 만나는 조진웅은 영화의 양 날개를 충실히 뒷받침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군도'와 '명량'은 상반기 한국 영화들의 질적 하향세를 끌어올릴 신작들로 평가받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해적'이, 28일에는 '해무'가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는다. 여름 대작들의 공세에 영화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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