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전략가로 불리는 네덜란드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봉쇄법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네덜란드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코린치안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가져다준 행운의 여신이 4강전에서는 네덜란드를 외면했다.
이날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자 네덜란드의 승리를 위한 관건은 아르헨티나 공격의 창조자인 메시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있었다. 메시는 조별리그에서 4골을 터뜨렸고 16강, 8강전에서는 골이 없었지만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하거나 경기 조율을 하는 등 늘 경기의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판 할 감독은 니헬 데 용(AC밀란)을 메시에게 붙였다. 데 용은 플랫3의 앞선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메시의 패스를 차단하는 임무를 맏았다. 태클과 몸싸움을 불사하는 것은 물론 먼저 공간을 점유하며 메시의 힘을 빼놓았다.
메시가 볼을 잡지 않고 있어도 늘 2~3m 이내에 붙어 있었다. 시종일관 메시를 괴롭히는 데 용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데 용의 장점인 전방으로 향하는 전진 패스가 적었지만 판 할 감독은 수비에 승부수를 걸어 메시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도록 했다.
이미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하는 혈투를 벌여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지키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공격을 중앙선 뒤로 밀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수비 진영의 틀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공격이 메시를 거쳐간다는 점을 간파한 판 할 감독의 지략이 네덜란드의 탄탄한 수비력을 이끌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기록에서 움직임을 나타내는 히트맵만 봐도 네덜란드가 메시를 어떻게 봉쇄했는지 알 수 있다. 메시는 아크 부근보다 미드필드 중앙과 중앙선 부근의 색이 더 짙다. 이전 경기들과 비교하면 아크까지 제대로 전진을 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데 용이 그만큼 잘 막았다는 증거다. 데 용은 아크 앞쪽과 중앙선에서부터 메시를 사전 차단했다.
데 용의 체력이 떨어지자 판 할 감독은 요르디 클라시에를 투입시켰다. 위치나 임무는 똑같았다. 클라시에는 데 용이 교체됐는지 모를 정도로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맨시를 전담 마크했다.
물론 영리한 메시는 측면으로 빠져 나가며 어떻게든 네덜란드를 괴롭혔다. 연장전에 들어가 네덜란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메시의 움직임도 조금 살아났다. 연장 후반 두 차례 예리한 크로스 패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더 이상 메시의 장기는 발휘되지 않았다.
판 할 감독의 지략은 미리 결승전에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는 독일에는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하다. 독일에는 사미 케디라와 슈바인 슈타이거라는 훌륭한 중앙 미드필더들이 버티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원맨 팀이라는 한계를 독일과 결승전에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고민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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