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최하위가 굳어지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위안거리는 이태양(24) 뿐이다.
이태양의 연일 거듭되는 호투가 한화의 부진과 맞물려 씁쓸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한화는 3일 LG와의 경기에서 4-5 역전패를 당하며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제 8위(SK)와의 승차도 5경기까지 벌어졌다.
그런 한화의 어둠을 밝혀주는 것은 이태양 뿐이다. 이태양은 외롭게 선발진을 지탱하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이제 이태양이 한화의 에이스라는 말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많지 않다. 1군 풀타임 2년차에 에이스라는 중책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태양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화가 5연패를 당한 3일 LG전에서도 이태양은 선발로 나와 6.2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빠른공을 상대 몸쪽을 향해 찔러넣는 과감한 피칭,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의 위력은 여전했다.
벌써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이다. 지난 6월1일 SK전에서 7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된 것이 시작. 이어 6월7일 삼성전 6.2이닝 4실점(3자책) 패전, 6월13일 NC전 7이닝 2실점 승리, 6월21일 LG전 7이닝 1실점, 6월27일 삼성전 8이닝 3실점 승리가 이어졌다. 이 기간 이태양은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태양은 올 시즌 11차례 선발 등판해 그 중 8차례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총 투구 이닝도 77.2이닝에 이른다. 투구 이닝, 퀄리티스타트 횟수에서 모두 팀내 1위다. 또한 3.59의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한다. 한화에서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우완투수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태양은 마땅한 우완 선발 요원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류중일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고 있다.
문제는 한화에서 이태양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시즌 초반 구상했던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외국인투수 클레이는 퇴출당했고, 앨버스도 부진을 거듭하다 최근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국인 두 명이 모두 팀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4월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던 유창식은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지 오래고 송창현도 기대만큼의 모습이 아니다.
이태양이 시즌 초반 구상했던 선발진에는 빠져 있었다는 점이 더욱 아이러니다. 이태양의 활약마저 없었더라면 한화의 마운드는 더욱 끔찍한 상황에 몰렸을 수도 있다. 지난 6월, 이태양의 3승 외에 선발투수들이 거둔 승리는 단 1승도 없다는 것이 한화 마운드의 현주소와 이태양의 존재감을 설명해준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 시즌도 최하위인 9위가 유력해지고 있다. 완전히 무너진 선발진을 비롯해 전체적인 마운드 전력이 타 구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한화 팬들은 훤칠한 키의 잘 생긴 우완투수가 씩씩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이태양만이 한화의 어둠을 밝혀주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