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시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다. 톱타자와 4번타자 그리고 4, 5선발투수였다. 김 감독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올 시즌을 맞으며 세 가지 문제는 해결됐다. 정훈이 1번타자를 맡으며 제몫을 하고 있고 4번 자리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최준석 또는 외국인타자 히메네스가 잘 해내고 잇다. 선발 한 자리도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장원준이 있기 때문에 근심을 덜었다.
그러나 아직 맞추지 못한 퍼즐 한 조각이 남아 있다. 바로 5선발이다.
롯데는 올 시즌 지금까지 5선발 후보로 여러 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이상화와 배장호가 일순위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하면서 그 자리는 베테랑 김사율에게 맡겨졌다. 그런데 김사율 카드는 큰 효과를 못봤다.
몇 차례 선발 기회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한 김사율은 중간계투로 다시 보직을 옮겼고 홍성민이 네 번째 5선발 후보가 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했다. 2012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김주찬의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부터 따지자면 4번째 선발 등판이다.
이날 홍성민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5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NC 타선을 잘 막았다. 실점 위기에서 박종윤의 호수비가 뒷받침된 부분도 있었지만 홍성민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롯데는 실점을 최소화하고 4-1로 승리할 수 있었다.
홍성민은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로테이션상 오는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전에 다시 한 번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이 때문에 그는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불펜투구를 실시했다.
홍성민은 "NC와 경기에선 직구와 커브를 주로 던졌다"며 "몸쪽 승부가 잘 통했다"고 올시즌 첫 선발 등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선발보다는 중간에 나와 던지는 게 아직은 더 편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선발 기회는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건 아니다.
그도 "보직을 가릴 때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웃었다. 홍성민이 NC전에 이어 SK를 상대로도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준다면 김 감독의 남은 고민 하나는 사라진다. 홍성민은 SK전을 앞두고 명확한 목표를 정했다. '5이닝은 무조건 마운드에서 버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날씨가 많이 더워졌기 때문에 중간계투조로 마운드에 오르는 선배들도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들 것"이라며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했다. 홍성민과 같은 투구폼을 갖고 있어 평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정대현과 김성배 선배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그런데 홍성민은 걱정이 하나 있다. 체중이 잘 늘지 않는 것이다. 김 감독은 홍성민의 마른 체형을 두고 "살이 조금만 더 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래서 홍성민도 오프시즌 몸집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살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홍성민은 "82kg까지 몸무게가 나갔었는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SK전 등판을 준비하면서 홍성민은 "제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타자와 승부에서 공이 가운데로 몰리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SK를 상대로 이번에는 정말 잘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특히 투지를 불태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홍성민은 SK를 상대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9월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초반부터 홈런 2방을 허용하며 3실점했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번 SK전 등판은 개인적인 설욕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한편 롯데는 지난 1일과 2일 치른 넥센전에서 1, 2선발인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을 투입하고도 모두 경기를 내줬다. 연패가 길어진다면 최근 벌어놓은 승수를 다시 까먹을 수 있는 위기다. 홍성민의 선발 연착륙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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