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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브라질]⑨홍명보호와 함께했던 매혹적인 도시 쿠이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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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다른 도시, 친근감과 활력 넘치는 분위기에 매료되다

[이성필기자] 홍명보호가 고온다습했던 브라질 쿠이아바에서의 사흘 일정을 마감하고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로 돌아왔습니다. 쿠이아바, 한국 축구팬들에게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추첨 후 끊임없이 관심권에 있었던 도시였습니다. 이제는 옛 기억으로 남게 된,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도시입니다. 러시아전도 끝났고 이구아수로 돌아왔는데 왜 쿠이아바 이야기를 되짚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쿠이아바에 도착했던 지난 15일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데 너무나 삭막한 분위기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날 밝은 오전이었는데 길거리에는 걸어다니는 사람 한 명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가는 길거리에는 쓰레기들이 날아다녔고 무장한 군인이 경계의 눈으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큰 도시도 많은데 대체 왜 이곳에서 월드컵을 치르는 거지? 뭐 이런 의문 말이죠. 회색빛 건물에 일요일인데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게다가 훈련장은 제대로 완공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을 받아들이고 말이죠.

밤에는 어떨까요. 대표팀 훈련을 취재하고 숙소로 돌아온 늦은 밤, 용기를 내 한 번 쿠이아바 거리를 걸어보려 했습니다. 그리 길치가 아닌지라 충분히 걸을 수 있었지만 어두운 골목에서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결국 포기했습니다. 브라질에 자주 출장을 갔었던 박선재 키카 스포츠 홍보팀 차장은 월드컵 전 자문을 구하는 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브라질에서 밤에 걷는 것은 '나를 해쳐도 됩니다'라는 말과 같다"고요.

그러나 하루가 지난 다음날, 쿠이아바는 180도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같은 도시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활력이 넘쳤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숙소 인근으로 나오니 시장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숙소 근처가 쿠이아바의 시내였던 것이지요.

잠시 브라질에 오기 전 외교통상부가 내렸던 지침을 떠올려 봤습니다. 길거리에서 강도가 나타나면 두 손은 들고 주머니에 미화 20달러 정도는 넣어 놓아야 한다. 강도가 알아서 가져갈 수 있게 한 손가락으로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가리키라는 내용 말입니다.

그런데 쿠이아바 시내는 정말 달랐습니다. 누구나 주변을 경계하는 일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고, 낯선 동양인이 나타나니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커플들은 딱 붙어 다니며 솔로인 기자의 가슴에 불을 지릅니다. 시장에 들어서니 음식 가판대에서는 브라질 전통음식을 먹어보라며 권유하고요.

시장을 가로질러 가니 큰 공원이 보입니다. 공원에는 한 손에는 법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더군요. 근처에 대성당도 있는 것을 보니 쿠이아바의 명소인가 싶었습니다. 마침 공원에는 대학생들이 보였습니다. 점심 시간이니 식사를 하러 나온 모양입니다.

그들은 처음에 '곤니치와'를 외치다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꼬레아~'라고 말하더니 '강남스타일'을 부르짖으며 오래된 친구처럼 다가옵니다. 브라질 가요계를 K-POP이 점령하고 있다더니 정말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 대학생은 우리 가수들의 이름을 꿰고 있었습니다.

젊음과 활력이 넘치고 정이 있는 브라질에 괜한 선입견을 갔고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리우 데 자네이루나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되는 사건들로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쿠이아바가 증명한 것 같습니다. 친근한 우리네 시골마을 분위기와 같아서 더 정이 갔습니다 . 그래서 밤에도 긴장하며 혼자 걸어봤습니다. 어둠이 짙었지만 공기는 상쾌한 밤의 도시였습니다.

한국-러시아전이 열린 18일, 경기장 판타나우 아레나에도 인상적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을 사랑한다며 한복을 차려입은 브라질 여대생들, 어디서 봤는지는 몰라도 빅뱅의 G-드래곤처럼 복장을 한 남학생 등 한국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가진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이 나중에 경기장에서 러시아 관중들의 응원을 뒤덮은 '꼬레아~'를 함께 외쳤고요.

그런 쿠이아바에서 홍명보호는 힘 넘치는 경기를 남기고 왔습니다.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쿠이아바의 분위기와 참 닮았다고 해야할 정도로, 일주일 전 가나전 졸전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경기를 선사한 것이지요.

당연히 궁금증이 생깁니다. 꼬레아를 외치며 한국을 응원해준 쿠이아바 시민들은 물론 브라질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말이지요. 사실 홍명보호는 월드컵 기간임에도 브라질 방송에서 찬밥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세 방송사서 중계 방송을 하고 월드컵 소식을 집중 보도하는데 한국의 훈련 장면은 길어야 30초 남짓 나옵니다. 이란의 전력을 소개하면서 지난해 6월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예의없는 주먹감자를 날리는 장면의 배경으로 한국이 등장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국대표팀이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브라질 현지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낮과 밤이 다른, 가보기 전과 가고난 다음이 다른 느낌인 쿠이아바처럼 말이지요.

<⑩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쿠이아바(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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