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 김태균의 2012년 타격왕 수상이 재평가를 받았다. 쉽지 않은 조건에서 따낸 타이틀이라는 점이 더욱 부각됐다.
2012시즌 타격왕 김태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곳은 그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목동구장이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팀 리빌딩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김태균으로까지 이어졌다. 무슨 말일까.
염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 강팀들이 젊은 선수들도 잘 키워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스카우트 등으로 몸담았던 현대가 그랬고, 최근 삼성이 그렇다는 것.
9명이 하는 야구에서 8명의 좋은 선수가 있다면 나머지 한 명은 누가 들어가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염 감독의 설명이다. 따라서 강팀의 경우 젊은 선수들을 부담없이 기용할 수 있고, 또 그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빠르다.
염 감독은 팀 전력의 차이가 선수들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팀 타자들이 약팀 타자들보다 타율을 끌어올리기 쉽다고. 팀 전력에 따라 상대팀이 등판시키는 투수들의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팀의 타자들은 상대팀에서 상황에 따라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B급 투수들을 상대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자연히 타율을 올릴 기회가 많다. 반대로 약팀을 상대하는 팀들의 경우, 경기 중반까지 뒤지고 있어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좋은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타율을 올리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같은 설명을 이어가던 염 감독은 "그러니까 하위권팀에서 나온 타격왕이 진짜 왕"이라며 엄지를 치켜든 뒤 "상대 팀 좋은 투수들만 상대하면서 타율을 유지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취재진 사이에서 김태균의 이야기가 나왔다. 김태균은 한화가 최하위에 머물렀던 2012년, 시즌 중반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한 끝에 3할6푼3리의 타율로 타격왕에 올랐다. 30년 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하위 팀에서 타격왕이 배출된 것은 2007년 이현곤(당시 KIA)과 2012년 김태균뿐이다.
취재진의 말에 다소 멋쩍은 웃음을 보이던 염경엽 감독은 "김태균은 좋은 타자"라며 "장타력에 타점 능력도 있고 타율도 꾸준히 높다는 것은 그만큼 김태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김태균을 칭찬했다. 그렇게 2012년 김태균의 타격왕 수상은 염 감독에 의해 2년이 지나 더욱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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