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내가 잘하니까 (윤)규진이 형이 좋아하죠." (이태양)
"(이)태양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에요." (윤규진)
한화 이글스 투수 윤규진(30)과 이태양(24)은 절친한 선후배다. 훤칠한 키에 미남, 우완투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근 한화 마운드의 버팀목이 돼가고 있다는 점 또한 닮았다.
윤규진은 불펜의 핵이다. 20일 현재 15경기에 등판해 1승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 중이다. 한화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33이닝을 소화했다. 최근에는 불안한 한화 뒷문을 걸어잠그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태양은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일 KIA전에서 7.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더니 15일 삼성전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 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 중이지만 평균자책점은 2.96으로 수준급이다.
윤규진은 최근 잘 던지고 있는 이태양의 모습이 내심 대견하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인데 가진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작부터 이태양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던 윤규진이다. 이태양도 자신을 아끼는 선배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이태양은 "내가 잘 던지니까 규진이 형이 좋아한다. 지금처럼만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고 싱글벙글 웃었다. 이에 윤규진은 "난 좋아한 적 없다"며 발뺌을 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하고 야구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많은 친구"라고 이태양을 칭찬했다.
나란히 선전하고 있는 두 선수. 그 원동력은 멘탈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양은 윤규진의 "생각을 버리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태양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금은 '난 준비를 잘해왔다.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선다. 젊은 만큼 맞더라도 자신있게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윤규진 역시 마찬가지. 그는 "공이 갑자기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지겠나.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 컸다"고 말했다. 달라진 마음가짐이란 자신감을 뜻한다.
윤규진에게도 좋아하는 선배의 조언이 있었다. 정민철 투수코치다. 이태양이 윤규진을 따르듯, 윤규진 역시 현역 시절 정 코치와 방을 함께 쓰며 각별한 사이로 지냈다.
윤규진은 "코치님이 경기 준비를 조금 더 일찍 해보라고 하셨다. 남들보다 준비를 더 해야 남들보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셨다"며 "그래서 요즘에는 예전보다 일찍 운동장에 나와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운동을 많이 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런 게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윤규진의 꿈은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이었다. 최근 그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윤규진은 "경기를 끝내고 포수랑 하이파이브를 하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면서도 "마무리를 맡게 되면 좋겠지만 욕심은 없다. 올 시즌은 복귀 첫 시즌인 만큼 그저 어디서든 많이 던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규진이 이태양의 승리를 지켜내며 세이브를 따내는 장면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는 이태양은 아직 프로 첫 승조차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이태양은 21일 넥센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다. 자신감을 장착한 절친 선후배가 승리와 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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