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계륵'이 될 뻔했다. 그러나 이제는 팀에서 없어선 절대로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선수 비니 로티노는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며 팀의 1위 질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로티노는 넥센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화려한 빅리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커리어 성적에서도 다른 팀에 입단한 외국인선수들과 견줘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팀 사정상 홈런을 펑펑 쏘아올리는 선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염 감독이 눈여겨 본 부분은 작전 수행 능력,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성실함이었다.
로티노는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시범경기는 개점휴업했다. 시즌 개막 이후 초반 로티노에 대한 평가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방망이도 시원치 않았고 좌익수로 나서는 수비도 평범했다. 오히려 로티노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서 자주 빠진 문우람이 더 낫다는 얘기도 들렸다.
염 감독도 고민을 했다. 그런데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던 강지광이 부상을 당했다. 이 때문에 염 감독이 구상하던 계획은 바뀌었다. 시범경기서 돋보이는 타격을 보여줬던 강지광을 1군 엔트리에 올릴 경우 로티노를 잠시 2군으로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로티노에게 포수 수업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지광이 엄지손가락을 다쳤고 결국 로티노는 계속 1군에 머무르게 됐다.
로티노는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부터 조금씩 방망이에 영점을 잡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친 로티노는 다음날 3안타를 쳤다. 그리고 10일 KIA를 상대로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앤드류 밴헤켄과 배터리로 짝을 이뤘다. 국내프로야구 사상 처음 선보이는 외국인 투·포수 조합이었다.
포수 로티노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상대 타선에게 혼쭐이 났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로티노는 밴헤켄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로티노가 마스크를 쓸 때는 밴헤켄이 선발로 나올 때뿐이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허도환 등 다른 포수들에게 적잖은 힘이 된다. 밴헤켄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경기만큼 다른 포수들이 휴식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로티노는 외야와 내야 수비도 두루 가능하기 때문에 대타 작전을 쓰는 데도 넥센은 여유가 생겼다. 22일 롯데전에서 넥센은 선수 교체를 하면서 포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했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넥센은 초반 큰 점수차를 딛고 추격전을 펼친 끝에 9회말 박병호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10-9 역전승을 거뒀다. 만약 연장전으로 갔어도 넥센은 안방마님 자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로티노가 마스크를 쓰면 됐기 때문이다.
로티노는 최근 매서운 폭발적인 실력도 뽐내고 있다. 9일 KIA를 상대로 시즌 첫 3안타 경기를 기록한 그는 이후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포함해 또 3안타 경기를 치렀다. 이후 22. 24일 롯데전 그리고 2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다시 3안타를 몰아쳤다. 덕분에 타율도 껑충 뛰어 올랐다. 로티노는 26일 현재 63타수 25안타 타율 3할9푼7리를 기록, 타격 부문 1위에 당당히 올랐다.
로티노는 최근 타격감에 대해 "아주 좋다"며 "스윙도 마음에 든다"고 만족했다. 그는 "타석에서 긴장을 풀고 집중하려고 한다"며 "타순은 어디에 배치되든 상관은 없다"고 했다.
넥센의 '복덩이'가 된 로티노는 27일 다시 한 번 안방마님 역할을 맡는다. 이날 선발투수로 밴헤켄이 나서기 때문이다. 로티노에게는 23일 롯데전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밴헤켄도 시즌 4승 재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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