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그렇지 않아도 고난의 행군 중인 LG 트윈스가 갑작스런 사령탑의 사퇴로 시즌 초반부터 큰 위기에 직면했다. 23일 김기태 LG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하면서 LG는 '카오스'에 휩싸였다.
김 감독의 사퇴 이유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팀이 초반 기나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도력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감독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더 중요한 건 LG의 향후 행보다.
예상 외의 초반 극심한 부진, 여기에 예상치 못한 빈볼 사건으로 인한 뒤숭숭한 분위기, 선수단의 삭발을 통한 분위기 반전 시도 무산에 이어 감독 사퇴로 국면이 전개되면서 조만간 반등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이 덕아웃을 비운 23일 대구 삼성전마저 패하면서 LG는 4연패에 빠졌다. 최근 11경기 1승10패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즌 승률은 2할3푼5리(4승13패1무)까지 떨어졌다. 9개 구단 꼴찌다.
답답한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형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전날까지 LG는 팀타율(0.283) 3위, 득점(89점) 공동 5위에 올랐다. 공격력 만큼 중위권 수준의 모습이다. 그러나 팀의 강점 중 하나였던 투수진이 붕괴 위기다. 평균자책점(5.46) 8위에 실점(106점) 7위에 불과하다. 타선이 점수를 뽑아주면 투수진은 리드를 지키지 못할 때가 다반사다. 1점차 승부에서 유독 약하고, 한때 '철벽' 소리를 들었던 불펜도 견고함이 사라졌다.
연패가 이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더욱 경직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렇지 않아도 LG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강한 팀으로 꼽힌다. 선배들 앞에서 후배가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펼치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게 LG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찬헌 빈볼 사건도 배후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고참이 사주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라기 보다는 '맏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던 김 감독 마저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의 사퇴가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긍정적으로 보면 갑작스런 충격파로 선수단 전체가 크게 각성하면서 그간 발휘되지 않았던 숨은 저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LG 입장에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침체된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으며 선수들의 몸이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무 것도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란 예상 밖의 사태에 선수단이 크게 낙담할 가능성도 완젼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이유야 어쨌든 김 감독은 팀을 떠났다. LG 선수단은 좋든 싫든 김 감독 없이 남은 정규시즌 110경기를 치러야 한다. 험한 앞날을 헤쳐나가야 하는 건 온전히 LG 선수들의 몫이다. 지난해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감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풍전등화와 같은 운명에 놓인 LG 선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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