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한화 이글스 타선의 가장 큰 고민은 5번 타자다. 5번 타순에만 배치되면 선수들이 힘을 쓰지 못한다.
한화에서 5번 타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등 상위 타순에 배치된 '국가대표 트리오'의 뒤를 받쳐야 하기 때문. 특히 4번 타자 김태균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5번 타자가 약하면 상대 팀이 4번 김태균에게 좋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한화는 정현석, 송광민, 고동진, 김회성 등을 5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누구도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었다. 한화는 타선 전체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5번 타순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며 적임자를 찾고 있다.
시작은 정현석이었다. 정현석은 개막 후 5경기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이후 부진에 빠지며 5번 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현석의 5번 타순 타율은 2할7푼6리(29타수 8안타)로 나쁘지 않은 편. 그러나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데다 득점권 타율이 1할7푼6리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정현석 이후 송광민, 고동진, 김회성이 새로운 5번 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5번 타순에만 배치되면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5번 타순에서의 타율은 송광민이 1할2푼5리(8타수 1안타), 고동진이 8푼3리(12타수 1안타), 김회성이 6푼3리(16타수 1안타)다.
고민이 깊던 한화는 20일 LG전에서 새로운 대안을 하나 발견했다. 외국인 타자 피에다. 피에는 개막 후 줄곧 3번 타자로만 뛰다 타격 부진으로 19일 LG전에서 처음으로 6번까지 타순이 밀렸다. 이어 20일 경기에서는 5번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19일 경기에서 4타수 3안타(2루타 2개) 2타점을 올리며 타격감을 살린 피에는 5번 타자로 나선 20일 경기에서는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1개의 안타가 바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인 투런포였다. 5-4에서 7-4로 달아나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한화는 피에의 투런포에 힘입어 리드를 잘 지켜낸 끝에 9-8로 승리, LG와의 이번 3연전을 2승1패 위닝 시리즈로 장식했다.
피에가 5번 타자로 나서 충분히 제 몫을 해준다면 김태균에 대한 상대 투수들의 견제는 확실히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피에를 대신할 3번 타자가 필요하다. 19, 20일 경기에서는 정근우가 그 자리를 맡았다. 2번 타자로는 고동진이 출전했다.
한화로서는 피에가 3번에 배치되는 것과 5번으로 나서는 것의 손익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균을 기준으로 앞 뒤 어느 쪽에 무게감을 두느냐의 문제다. 5번 타순에 대한 다른 선수들의 부담감도 고려해야 한다. 피에의 적응도 관건이다.
다음 경기에서도 김응용 감독이 피에를 5번 타자로 기용할 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피에가 5번 타순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한화의 '5번 피에' 카드가 앞으로도 계속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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