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정혁(28)이 얄궂은 운명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정혁은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첫해부터 16경기에 나서며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이듬해부터는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대 재학 시절 풋살을 했던 정혁은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고 프리킥도 좋아 허정무 전 인천 감독은 물론 현재 인천을 맡고 있는 김봉길 감독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축구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은 정혁은 자선축구 경기에 말없이 참가하는 등 자선활동도 열심히 한다. 경기 안팎으로 모범을 보여주니 지도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지난 2012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전북의 유니폼을 입은 정혁은 최강희 감독의 전술 중심에 있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인천에서 김남일이 이적해 오면서 중원의 파트너가 됐다.
날개를 단 정혁은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 골맛을 봤다. 부산의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볼을 놓치자 지체없이 뛰어들어 골망을 갈랐고 전북의 3-0 승리에 일조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친정 인천과의 경기에 최 감독은 정혁을 선발로 내세웠다. 최 감독은 "고심을 해서 선발로 냈다"라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토로했다.
정혁은 인천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친정을 적으로 삼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친정 팬들 앞에서 정혁은 후반 29분 일을 저질렀다. 왼쪽 측면에서 연결된 볼이 수비에 맞고 어정쩡하게 떨어지자 순식간에 파고들어 인천 골망을 갈랐다. 볼에 대한 집착과 공간 침투 능력이 돋보인 골이었다.
원정 응원을 온 전북 팬들을 향해 하트를 그린 정혁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최대한 세리머니를 자제한 것이다. 친정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다. 그렇게 두 팀의 희비는 엇갈렸고 정혁은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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