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박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로봇이다."
유럽 최고의 축구 기자로 평가받는 사이먼 쿠퍼는 '산소 탱크' 박지성(33, PSV 에인트호번)에 대해 '풋볼멘'이라는 책을 통해 가감없는 평가를 했다. 유럽에서 한국선수에 대해 갖고 있는 '근면하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은 선수라는 것이다.
선수 및 감독들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담은 '풋볼멘'이 지난 13일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에는 전 세계 축구 선수 및 감독 53명에 대한 비평으로 가득하다. 박지성은 물론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포함되어 있다. 또 지네딘 지단, 웨인 루니, 데이비드 베컴 등 당대 최고의 선수와 아르센 벵거, 주제 무리뉴 등 명장들도 예리하게 평가했다.
풋볼멘의 저자인 쿠퍼는 '축구의 경제학', '아약스', '사커노믹스' 등으로 축구와 축구 산업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선보였던 필자다. 유럽 축구를 호령하는 인사들과의 교류도 잦다.
책에는 그가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축구라는 테크닉을 조망하는데 집중했다. 루니나 리오 퍼디난드가 다른 잉글랜드 선수들과 어떻게 다른지, 또는 프랭크 램파드와 스티븐 제라드가 소속 팀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왜 실망스러운지 고민한다.
물론 축구 외적으로 이들의 삶에 대해서도 집중한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적 결함과 그것들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사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추적하다 보면 에릭 칸토나가 축구 팬에게 가한 분노에 찬 발길질과 조세 무리뉴의 음모론 가득한 기자회견을 120% 이해할 수 있다.
박지성에 대한 언급도 그렇다. 쿠퍼는 '안타깝지만 유럽에서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뼈대만 추려서 말하자면, 통일교 합동 결혼식에서 결혼을 하고 개를 잡아먹는 로봇 같은 사람들이다'라며 개성이 없는 한국 사회가 박지성의 모습으로 연결된다는 식의 비유를 하기도 했다.
쿠퍼는 축구인 53명의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앞서, 남다른 연봉과 능력으로 포장된 축구 선수라는 슈퍼스타에 현혹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레전드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신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감수한 서형욱 tvN 해설위원은 "축구에 애정을 가진 쿠퍼의 글에는 과장된 언어로 축구 스타를 추켜세우는 분위기가 아니라 푸념이 담겨 있다. 독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풋볼멘'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1만5천800원에 판매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