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동갑내기로 경쟁 관계를 형성해온 일본의 아사다 마오(24)는 감정 컨트롤을 잘 못해서 애를 먹는 선수로 꼽힌다.
가장 좋은 예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보다 앞서 나와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해내며 73.78점의 고득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역대 최고점인 78.50점을 받자 아사다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결국, 이는 프리스케이팅에 영향을 끼쳤고 김연아가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을 아사다는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절치부심하며 4년을 기다려온 아사다는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20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는 기술점수(TES)를 22.63, 예술점수(PCS) 33.88점을 더해 총점 55.51점밖에 얻지 못하며 16위로 미끌어졌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점수였다. 현 세계 랭킹 1위 자격으로 30명 중 가장 마지막에 나선 아사다는 부담감을 안고 연기에 집중했다. 3조에서 전체 17번째로 일찌감치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74.9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놓았다. 또 아사다의 바로 앞순서였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74.64점을 받아 2위에 올랐고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도 74.12점으로 3위에 랭크된 것을 알고 연기에 나선 아사다였다. 어떻게든 이들 경쟁자들과 비슷한 점수가 필요했다.
아사다는 첫 점프였던 트리플 악셀(기본점 8.50점)에 승부수를 던졌다. 성공만 한다면 수행점수(GOE)를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착지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첫 점프가 문제를 일으키자 아사다는 이른바 '멘탈 붕괴'에 빠진 듯했다. 나머지 연기도 엉망이 됐다. 트리플 플립은 회전수 부족, 트리플 루프+더블 루프는 트리플 루프를 싱글 회전 처리했다. 이미 트리플 악셀의 실패로 얼굴은 굳어져 있었고 이후 한 번도 점프를 매끄럽게 해내지 못했다.
아사다는 드레스 리허설에서 트리플 악셀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신중하게 이날 쇼트프로그램 연기에 대비했다. 그러나 큰 실패를 맛보며 메달과는 멀찌감치 멀어지고 말았다. 아사다의 프리스케이팅에도 역시 트리플 악셀이 포함돼 있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 경기 뒤 일본의 니칸스포츠 등 주요 언론을 통해 "경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라며 심리적 혼란에 빠져 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내일은 나만의 프리스케이팅을 잘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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