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양의지는 겉보기에 표정 변화가 없다. 항상 경기장 안팎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근엄한 얼굴에 배를 앞으로 내밀고 유유히 걷는 모습은 영락없는 '양반행차'다. 지난 해 한 코칭스태프는 "대감님이 지나가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의지가 달라졌다. 항상 느긋하다는 느낌만 줬던 그가 독기를 품었다. 낮이나 밤이나 오직 야구 생각 뿐이다. 현재 애리조나 피오리아의 두산 투·포수조 캠프에 있는 그는 지난해 아쉬움이 많았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많이 아쉬웠던 지난해다. 그러한 시간들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됐다"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내 야구가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본다"고 털어놓았다.
2010년 20홈런을 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듬해 타율 3할1리를 기록하며 '공격형 포수'의 자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14경기서 타율 2할4푼9리 7홈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유가 넘쳐 보이는 외모와 달리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인 그는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우선 체질 개션에 돌입했다. 요즘 그는 단백질 위주로만 섭취하고 있다. 동료들과 야식을 먹을 때도 닭 가슴살을 주문할 정도다. 양의지는 "겨우내 꾸준한 식이요법으로 6㎏ 정도 몸무게를 줄였다. 체지방도 5% 정도 빠졌다"며 "시즌 중 부상방지와 체력 유지를 위해 앞으로도 체중 조절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계획대로 성실히 훈련하고 있다. 현재 몸 상태에 아주 만족한다"며 "지금 컨디션을 유지해 일본 2차 전지훈련에 합류하겠다.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결연히 말했다. 그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허리 강화 훈련도 신경쓰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훈련을 통해 허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 시즌을 치르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양의지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뒤 어깨 수술을 한 백업포수 최재훈이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최재훈의 합류 시기는 빨라야 5월이다. 여기에 또 다른 포수 박세혁은 군에 입대했다. 두산에서 1군 경기 경험이 있는 포수는 사실상 그 뿐이다. 공수 양면에서 책임감이 막중해진 것이다.
양의지는 그러나 남다른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는 과거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를 것이고 내가 잘한다면 팀도 분명 행복한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팀은 결코 약하지 않다. 여전히 똘똘 뭉쳐 있다. 나 역시 남을 탓하기 보다는 동료를 끌어안는 책임감 있는 포수가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올해는 정말 팀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겠다.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치열하게 야구하는 양의지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유만만' 양의지가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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