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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홍명보의 '박지성 악수', 상처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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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의 일방적인 행보, 박지성은 '대표 복귀 없다' 못박아

[최용재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던진 '악수',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

홍 감독은 지난 1월 초, 현 대표팀 선수들이 젊기에 경험 풍부한 베테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박지성의 이름을 언급했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이미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한 박지성이지만 홍 감독은 자신이 직접 듣지 못했다며 박지성을 직접 만나 대표팀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당사자인 박지성과 사전 조율 없이 언론에 먼저 흘린 것이 문제였다. 어떤 일을 함께 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상식이거늘, 홍 감독은 언론에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을 흘리며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홍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여론의 힘'은 박지성을 몰아붙였다. 박지성의 대표 복귀설이 당연지사로 여겨졌고, 박지성이 이끄는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박지성이 월드컵에서 다시 뛰겠다는데 누가 거부감을 갖겠는가.

3년 전 국가대표팀 은퇴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온 국민들에게 알린 박지성만 곤혹스럽게 됐다. 박지성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박지성은 소속팀에서 열심히 뛰는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 감독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해 스스로의 의도와는 다르게 등 떠밀리듯 다시 월드컵 전사의 옷을 입어야할 것처럼 보였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복귀를 타진해 보겠다는 발언을 한 후 3월 정도에 박지성을 만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여론이 계속 박지성을 압박하도록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박지성이 입을 열었다. 박지성은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 복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대표팀을 최상의 전력으로 꾸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판을 깔았고, 사전 교감이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먼저 이런 시도를 알렸다. 그것은 '악수'였다. 진정으로 박지성을 원하고, 박지성의 입장을 배려했다면 먼저 조용히 의사를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한다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다면 본인만 알고 넘어갔으면 됐다.

홍 감독의 '악수'는 끝내 상처만 남겼다. 박지성에게도, 팬들에게도, 대표팀에도, 그리고 홍명보 감독 본인에게도 아픈 상처를 남겼다.

홍 감독의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로 인해 결과적으로 박지성은 월드컵 대표팀 합류를 '거부'한 선수가 됐다. 박지성은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공언했던 대표 은퇴의 소신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박지성은 공식 은퇴를 선언한 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박지성을 흔든 것은 홍 감독이었다. 은퇴의사를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팀 복귀 거부로 비춰지게 됐다.

소수이긴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는 박지성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는 팬들도 있다. 박지성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합류가 불발되자, 아니 박지성이 소신을 지키자, 그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비난하지는 않지만 섭섭함과 아쉬움을 가진 팬들은 더 많을 것이다. 박지성이 4번 연속 월드컵에 출전해 4대회 연속 골을 넣기를 꿈꾸는 팬들이 많았다. 홍 감독의 '악수'로 인해 축구팬들도 상처를 받았다.

팬들은 박지성이 출전하는 네 번째 월드컵을 꿈꿨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박지성이 없는 월드컵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홍 감독의 돌출성 발언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희망이 깨졌다. 박지성의 월드컵은 더 이상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한국대표팀에 대한, 월드컵 본선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박지성과 같은 베테랑이 팀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박지성은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는다. 대표팀은 홍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미완의 상태로 월드컵 본선을 치러야 한다. 문제점을 안고 전장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박지성과 같은 선수는 찾을 수도, 만들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 스스로도 큰 상처를 받았다. 여론의 힘을 빌려 박지성에게 대표팀 복귀를 강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후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던 것은 독선으로 여겨질 수 있고, 또 사전 교감 없이 진행했던 일방적인 행보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굳건했던 홍 감독의 카리스마에도 흠집이 났다.

이렇게 상처를 입었음에도 홍 감독은 문제가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을 설득시킬 마음은 없었다. 박지성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만나서 직접 듣고 싶다"고 말했다. 즉, 자신이 박지성 복귀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베테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박지성을 직접 만나 보겠다고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같다.

홍 감독이 박지성 필요성을 흘리고 박지성을 만나러 가겠다는 것은, 그의 대표 복귀를 설득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박지성 복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박지성 합류에 희망을 걸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이를 두고 언론이 과대포장, 확대해석을 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처음부터 조용히 처리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해프닝이었다. 확신도 없으면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일이다보니 이렇게 상처만 남긴 채 끝난 것이다.

진정으로 아무런 의도 없이 박지성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홍 감독의 개인적인 일이니 굳이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다녀왔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이 다가오고 하루가 바쁜 시기에, 그것도 저 멀리 유럽까지 가서 박지성을 만나 생각을 들어본다?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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