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1시즌 라이언 가코(삼성 라이온즈) 코리 앨드리지(넥센 히어로즈) 카림 가르시아(한화 이글스)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외국인타자가 다시 돌아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2013년도 제5차 이사회를 통해 2014시즌부터 각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 정원을 늘렸다.
종전 2명에서 3명으로(NC는 3명에서 4명) 엔트리가 확대됐다. KBO는 중복 포지션을 피하기 위해 팀별 외국인선수를 투수나 야수 한 쪽으로만 둬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9개 구단은 그동안 뜸했던 외국인 타자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9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 얼굴을 알리게 됐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타이론 우즈(전 두산 베어스)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이글스) 등이 외국인타자로 맹활약을 했던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특히 우즈는 이승엽(삼성)과 함께 화끈한 홈런 대결을 펼쳐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했다.
◆40홈런 타자 나오나
국내프로야구에선 이대호(소프트뱅크) 이후 한 시즌에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2010시즌 44홈런을 기록했다.
외국인타자로는 2003년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호세 페르난데스(45홈런) 이후 40홈런 타자의 맥이 끊겼다. 가장 최근 기록으로는 지난 2008년 롯데에서 뛴 가르시아가 기록한 30홈런이 최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40홈런 타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름값과 경력에서 입이 벌어질 만한 대어급 외국인 타자가 여러 명 국내 무대를 밟는다. 루크 스캇(SK)과 호르헤 칸투(두산)가 대표적이다.
스캇은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135홈런을 기록했다. 4번타자로도 100경기 이상 출전했을 정도로 거포로 인정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쳐낸 강타자다.
칸투 역시 경력면에서 스캇과 견줘 크게 밀리지 않는다. 칸투도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4홈런을 쳤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탬파베이 소속으로 28홈런 117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두산은 '제2의 우즈'급 활약을 바라며 칸투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루이스 히메네스(롯데)와 브랫 필(KIA 타이거즈)도 거포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두 선수 모두 190cm가 넘는 신장에 몸무게도 각각 127kg(히메네스)와 98kg(필)이다.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한 타격 파워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캇, 칸투와 견줘 메이저리그 경력 등 이름값에서는 밀리지만 히메네스와 필은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10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 프로야구와 소속팀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선수로 분류된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거포의 합류로 홈런왕 경쟁이 어느 때보다 흥미를 끌 전망이다.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넥센)도 "시즌 개막이 기다려진다"며 "나 또한 많은 기대가 된다"고 외국인 타자들과의 경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거포는 아니지만…중장거리포도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뛰게 되는 외국인타자들은 스타일이 반반으로 나뉜다. 거포와 중장거리포다. 스캇, 칸투, 히메네스, 필이 거포형 타자들이라면 비니 로티노(넥센)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펠릭스 피에(한화) 그리고 LG 트윈스와 계약 마지막 절차만 남겨놓은 조쉬 벨은 중장거리포에 속한다.
이들 중 로티노, 나바로, 벨은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로 꼽힌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국내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었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0경기 이상 뛰었고 트리플A에서 통산 타율 3할을 넘겼다.
피에는 메이저리그 출전 경기수만 따진다면 스캇, 칸투와 비교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 통산 425경기에 나왔다. 다만 타율 2할4푼6리에 17홈런으로 기록만 보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화는 피에가 '제2의 데이비스'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름값과 경력 등에서 나바로와 벨은 상대적으로 처진다. 나바로는 마이너리그에서 지금까지 통산 64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 유니폼을 입기 직전 성적이 좋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홈런 1위(8개)와 타점 1위(38타점)를 차지했다.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벨 역시 메이저리그 통산 100경기에 나와 타율 1할9푼5리 4홈런 22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06홈런을 쳤다. 또한 3루수와 2루수 등 내야 전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선수가 얼마나 활약해줄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꼽힌 우즈는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력이 없었다. 그러나 우즈는 국내 프로야구 데뷔 첫 해인 1998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두산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반면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며 지난 2004년 삼성에 입단한 트로이 오리어리와 같은 실패 사례도 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외국인선수 특히 투수가 아닌 야수(타자)는 정말 로또와 같다"며 "갖고 있는 경력보다는 적응력이 우선한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 리그는 투수 스타일과 야구 문화 등에 차이가 분명히 있다. 이런 부분을 잘 극복하고 빨리 적응해야 '제2의 우즈'나 '제2의 호세'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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