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해 9월 10일 서울 강남에 있는 리베라호텔에선 2013-14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날 유독 한 선수가 신문, 방송 등 언론 매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날 전체 1순위 지명선수는 흥국생명에 입단한 공윤희였다. 그러나 뒤이어 2순위로 뽑힌 선수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강릉여고 졸업반인 고예림이 주인공이다.
고예림은 당시 KGC 인삼공사로 부터 2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지명 직후 곧바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이재은·이보람이 KGC 인삼공사로 가고 차희선이 한국도로공사로 오는 2대1 트레이드에 포함돼 고예림은 도로공사로 왔다.
고예림이 이날 집중 조명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외모 때문이다. 고예림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어쨌든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건 프로선수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프로배구와 견줘 아마추어 배구는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팬들로부터 관심이 적은 편이다. 고예림은 프로배구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물론 고예림은 연예인이 아니다. 이제 막 V리그 코트에 얼굴을 알리고 발걸음을 내딘 새내기 배구선수다. 팀내 경쟁에서 자리를 잡고 이름을 알려야 하는 프로선수다. 그 부분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예림은 아직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 동안 부상 때문에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코트에 나올 때도 한정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 31일 열린 KGC 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이날 고예림은 2세트부터 선발 레프트로 기용됐고 12점에 공격성공률 52.38%를 기록했다. 주로 니콜(미국)과 또 다른 선발 레프트 자원인 황민경과 견줘 이날 만큼은 고예림의 공격성공률이 훨씬 높았다.
자신의 친정팀이 될 수 있었던 KGC 인삼공사전에서 고예림은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 도로공사는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KGC 인삼공사를 꺾고 7승 8패(승점 21)를 기록, 5할 승률 복귀를 눈 앞에 뒀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도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주저없이 고예림을 수훈선수로 꼽았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이날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치른 경기 수 만큼 시즌 일정이 남아있다. 고예림도 반짝 활약에 그치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신인이기 때문에 항상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선배들보다 앞서 파이팅을 외친다. 코트에 있을 때나 웜업존에 있을 때 구분을 두지 않는다.
최근 도로공사는 팬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몰린 적이 있었다. 고예림의 팀 동료이면서 선배인 곽유화 때문이다. 곽유화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고예림은 "당시 숙소에서도 큰 화제가 됐었다"며 "정말 신기했고 놀랐다. 언니들이 (곽)유화 언니를 놀리기도 했다"고 웃었다.
고예림은 그런 관심이 팀 성적이나 경기력이 때문만이 아니라는 걸 걸 안다. 자신도 앞서 비슷한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그런 관심을 받는 게 즐겁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라는 본분을 잊은 적은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고예림은 황민경과 룸메이트다. 선배인 황민경은 고예림에게 '실수를 빨리 잊어버려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서브나 공격 범실을 했을 때 이를 잘 떨치는 것도 능력이다. 실수만 생각하다보면 다음 플레이까지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고예림은 "그러지 말아야 하는 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신인이기 때문에 주위 시선이나 평가를 더 의식할 수 있다.
하지만 고예림은 앞으로 코트에서 뛰어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다. 고예림은 "백업으로 뛰고 있지만 괜찮다"며 "어떤 역할이 주어지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표승주, 곽유화 등 레프트 백업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신인 고예림까지 가세했다. 서 감독은 포지션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고예림의 선전이 그래서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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