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화재는 지난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항항공과 경기에서 팀 통산 디그 성공 1만2천개를 달성했다. V리그 남자팀 중 첫 번째다. 촘촘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삼성화재의 팀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는 기록이다.
여오현(현대캐피탈) 석진욱(러시앤캐시 수석코치) 손재홍(IBK 기업은행 코치) 등이 이 기록을 쌓아오는데 힘을 보탠 선수들이다. 올 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강주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김강녕이 그런 역할을 이어 받았다.
삼성화재가 이날 대한항공전에서 올린 디그는 36개다. 이강주와 김강녕은 이 중 6개를 합작했다. 그런데 부상으로 빠진 박철우 대신 들어간 신인 김명진과 주 공격수 레오(쿠바)가 각각 디그 8개씩을 기록, 두 명의 리베로(이강주, 김강녕)와 견줘 더 많은 디그에 성공했다.
삼성화재는 3-1로 대한항공을 제쳤다. 그러나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강주와 김강녕을 따로 불러 쓴소리를 했다. 경기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1세트를 먼저 따낸 삼성화재는 2세트에서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트 플레이로 연결되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2세트를 내주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신 감독은 이강주가 리시브에서 계속 안정을 찾지 못하자 3세트 중간 김강녕을 투입했다.
삼성화재는 4세트 중반 5점 차까지 리드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강녕마저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고 이를 계기로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이때문에 쉽게 끝날 것 같던 승부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삼성화재가 27-25로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25-25 상황에서 대한항공 곽승석이 시도한 리시브가 네트를 바로 넘어온 것을 레오가 다이렉트 킬로 연결, 삼성화재가 26-25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만약 곽승석의 리시브가 대한항공의 공격으로 연결됐다면 경기 방향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신치용 감독은 "둘 다 너무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의욕이 넘쳐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신 감독은 "평소처럼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했다. 이강주는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여오현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 감독이 우려하는 건 팀 수비 조직력에 빈틈이 생기는 부분이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상대에게 추격을 당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경기가 뒤집어지거나 전체 승부에 영향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도 그렇지만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 같은 단기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삼성화재는 3라운드 첫 상대로 22일 러시앤캐시를 만난다. 지난 1, 2라운드에서 각각 3-0, 3-1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앤캐시는 아르페드 바로티(헝가리)가 제 컨디션을 찾으면서 공격력이 더 매서워졌다. 삼성화재가 앞선 대한항공과 경기 때처럼 리시브와 수비가 흔들린다면 러시앤캐시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신 감독은 그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이강주와 김강녕에게 따끔한 한소리를 한 것이다.
신 감독은 "부담을 털어버리고 코트에 나서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삼성화재는 2라운드가 끝난 후 러시앤캐시전까지 6일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꿀맛같은 휴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경기 감각면에서는 18일 현대캐피탈과 한 차례 더 맞대결한 러시앤캐시가 좀 더 앞설 수도 있다.
삼성화재는 시즌 1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순위표에서도 맨 앞자리에 있다. 그러나 수비의 밑바탕이 되는 이강주와 김강녕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신 감독의 걱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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