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먹튀 소리는 안 들을래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준석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지난 11월 18일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계약기간 4년 총액 3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최준석의 영입을 두고 몸값이 뛰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준석은 정규시즌에서 100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 7홈런 36타점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펄펄 날았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치는 동안 6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2001년 타이론 우즈(당시 두산)이 갖고 있던 단일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홈런과 타이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결정력이 FA에서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최준석도 "올시즌을 돌이켜보면 사실 그때 보여준 것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준석이 갖고 있는 '한 방을 쳐낼 수 있는 능력'에 롯데는 주목했다.
최준석은 롯데 유니폼이 낯설지 않다. 포철공고를 나와 프로선수로 첫 발을 땐 곳이 바로 롯데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2006년 트레이트 이후 7년 만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최준석은 "예전 롯데와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웃었다. 최준석이 롯데에서 뛸 때 만 하더라도 팀은 약체였다. 순위표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일이 익숙했다. 내야수 박기혁은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보다 통로 사이 사이에 있던 파란색 휴지통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당시를 기억할 정도다.
최준석은 "그러나 지금 롯데는 더 이상 약체가 아니다"라며 "올시즌에 4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다시 '가을 야구'에 나갈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그는 "나 또한 그 부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준석은 FA 자격을 얻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포스트시즌 활약을 떠나 정규시즌에서 거둔 성적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심 대형계약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원 소속팀과 1차 협상기간이 종료되자 롯데가 발빠르게 움직였고 최준석을 영입했다.
최준석은 "내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최준석은 부산을 떠나 서울에 와서 생활을 할 때도 항상 롯데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롯데로 다시 오게 돼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사실 두산에서 뛸 때도 경기가 끝난 뒤 롯데 경기를 살폈다"고 했다.
최준석은 거포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실제로도 이를 증명했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각각 17, 22, 15홈런을 쳤다. 앞선 2006년과 2007년에도 각각 11, 16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출전 경기수가 줄어들었다. 이유는 무릎 부상 때문이다.
롯데의 최준석 영입을 두고 무릎 상태에 대한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 최준석은 "괜찮다.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10시즌은 거뜬히 뛸 수 있다"고 웃었다. 최준석은 무릎에 두 차례 칼을 댔다. 2007년과 2012년이었다. 지루한 재활 과정도 겪었다. 이 때문에 최근 두 시즌 동안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 경기에 잘 뛰지 못했지만 무릎에 무리를 주지않았고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얻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최준석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코칭스태프가 나를 믿고 내보낼 정도로 내 스스로 준비를 한다면 20홈런을 넘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200타석에 7, 8홈런 이상은 자신있다"며 "400타석에서 15개에서 22개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펜스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잠실구장을 떠나 사직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부분도 최준석이 20홈런 이상을 자신하는 이유다. 그는 "잠실을 홈으로 사용해 본 선수들은 알 것"이라며 "사직구장은 담장 높이가 꽤 있는 편이지만 잠실구장보다는 타석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더 편했다"고 덧붙였다.
최준석은 롯데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잘 알고 있다. 필요할 때 한방을 쳐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내년 시즌이 끝난 뒤 절대 '먹튀'라는 얘기는 듣지 않도록 하겠다. 부산으로 잘 돌아왔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며 "일단 전경기 출전이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20홈런은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롯데는 올시즌 강민호와 손아섭이 각각 기록한 11홈런이 최다였다. 그 만큼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 대포 갈증을 해소할 주인공 역할을 바로 최준석이 해줘야 한다. 최준석은 롯데 시절 달았던 20번 그리고 '절친' 이대호가 사용한 10번을 모두 사양했다. 대신 25번을 선택했다. 투수 강승현이 달던 번호다.
그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그러나 25홈런을 꼭 치고 싶다. 목표를 그렇게 정한 건 아니지만 등번호와 홈런 숫자가 같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한편 최준석과 함께 지난 1일 열린 구단 납회식에 참석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새식구 이여상과 심수창도 등번호로 각각 15, 17번을 배정받았다. 2차 드래프트와 군입대로 팀을 떠난 양종민(내야수)과 고원준(투수)이 달던 번호를 물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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