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2시간45분의 러닝타임 동안 숨죽이며 몰입했던 객석이 뜨겁게 환호했다. 뮤지컬 '위키드(WICKED)' 한국어 초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모두 기립해 배우들을 맞았다. 이날의 주연배우 옥주현과 정선아는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도 절친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서로를 와락 껴안으며 감동을 함께 나눴다.
지난해 오리지널 팀의 내한으로 큰 인기를 끌어모았던 뮤지컬 '위키드'가 한국어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 '위키드'는 올해 샤롯데씨어터로 자리를 옮겼다. 초대형 타임드래곤과 현란한 LED 조명 등 화려한 무대장치와 소품들은 원작 그대로다. 40억원을 들여 준비한 350여벌의 의상과 54번의 무대 전환 역시 관객들의 눈을 황홀케 한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좀 더 가까워졌고, 극장 내부에 딱 맞는 세밀한 디자인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맛깔나는 한국어 대사도 일품이다. 어색한 번역으로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 낯간지러움마저 유발했던 일부 라이선스 공연들과는 달랐다. '파퓰러(Popular)'와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널 만났기에(For Good)' 등 OST들은 적절한 한국적 표현과 위트있는 번역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 역시 볼거리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은 매회 온몸에 초록색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30분 가량 걸리는 분장은 "강아지가 핥는 것처럼 축축한 느낌"이다. 전신 초록분장으로 여배우로서의 아름다움은 포기했지만 옥주현은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며 엘파바에 녹아든다. 덕분에 관객들 역시 거부감 없이 옥주현표 엘파바에 빠져든다. 특히 이날 옥주현은 섬세한 연기에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력까지 선보이며 몰입도를 높였다. 예상대로 박수갈채가 잇따랐다.
이에 맞서는 금발마녀 글린다 역은 '믿고 보는 배우' 정선아가 맡았다. 사랑스러운,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글린다 역은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그 비중이 더욱 커졌다. 정선아는 풋풋하고 애교넘치는 공주병 소녀부터 친구로 인해 성숙해진 금발마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농익은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프레스콜 당시 "옥주현과 연습을 많이 해서 무대 위 좋은 합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힌 그는 공연을 마친 이후 '절친' 옥주현과 뜨겁게 포옹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외국 스태프들로부터 '역대 최고 모리블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배우 김영주, 신인이라기엔 단연 돋보이는 네사로즈 역의 이예은, 김동현, 이상준, 조정근 배우. 그리고 앙상블이 더해져 무대는 비로소 꽉 채워졌다.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극한의 화려함으로 관객들의 눈을 홀린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극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는 가슴을 뒤흔든다. 남들이 정한 규칙은 중요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 다채로움과 다양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등은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도 가슴에 남아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고전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뮤지컬 '위키드'는 내년 1월2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