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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가는 K리그 베테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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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높은 기여, 팀 재정 문제로 재계약 실패 직면하기도

[이성필기자] K리그에서 베테랑의 힘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올 시즌 울산 현대의 1위 유지에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하피냐 등 개성 강한 공격진이 있기는 하지만 최후방에서 전체를 지휘하는 중앙 수비수 김치곤(30)이 있어 가능했다. 김치곤은 지난 2002년 안양 LG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통산 306경기를 뛰며 무한 능력을 과시중이다.

2위 포항 스틸러스에도 후배들과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노병준(36)이 있다. 폭발력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강력한 한 방과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은 여전하다. 황선홍 감독도 노병준에 대해서는 딱히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

3위 전북 현대에도 최근 은퇴를 선언한 김상식(37)이 있다. 플레잉코치를 겸하고 있는 김상식은 시즌 중반 부상과 체력 저하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이 복귀한 뒤 중요 자원으로 활용됐고 이는 팀 상승세의 힘으로 작용했다.

4위 FC서울의 아디(37)는 전천후 수비수다. 이 외에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김남일(36), 설기현(34)의 힘으로 상위 스플릿에 올라왔다.

그렇지만 각 팀이 베테랑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김치곤은 구단에서 300경기 출전 공로를 확실하게 인정해주며 예우했다. 김호곤 감독 밑에서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치곤은 탄탄한 수비로 '철퇴 축구'의 손잡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

노병준 역시 포항의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2위 유지에 공헌했다. 2010년 재계약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었지만 이후 양측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2011년 말 연장 계약을 했고 2년 연속 FA컵 우승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냈다. 전북의 김상식은 최강희 감독의 만류에도 이번에 은퇴를 결정해 다음달 1일 FC서울전을 은퇴 경기로 치르기로 했다.

노장의 가치를 알아주는 구단이 있는 반면 떠보기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구단도 있다. 인천이 그렇다. 인천은 김남일, 설기현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일과 설기현은 인천의 상위 스플릿 진입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김남일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졌다. 설기현은 많은 공격포인트를 해내지는 못했지만 공격의 한 축으로 활약하며 후배들의 롤모델이 됐다. 김봉길 감독도 때마다 이들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인천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상황을 이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K리그 구단들이 재정 문제로 선수단 축소에 나서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인천도 그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당연히 고액 연봉자들부터 조정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자연스럽게 이들 베테랑들이 대상으로 꼽혔다. 인천 관계자도 "조동암 사장이 (김남일과 설기현의) 재계약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은 맞다.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엇다. 구단의 어려움을 설명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통 과정이 아마추어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주지 못하고 감정만 자극했다. 또, 몸값이 비싸 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흘려 여론을 떠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둘은 사실상 구단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설기현 측 관계자는 "사실상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이후 어떤 언급도 없다. 설기현도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를 바랐는데 그러기는 힘들어졌다"라고 아쉬워했다.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랑 자원 한두 명을 줄이면 너댓 명의 선수를 보강할 수 있는 자금이 나온다. 그렇지만 베테랑이 경험을 앞세워 너댓 명의 몫을 해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수원 감독 시절 윤성효 등 베테랑들이 이를 증명한 바 있다"라며 베테랑 선수드에 대한 충분한 예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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