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차두리(FC서울)는 울보같다. 벌써 두 번씩이나 차두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한없이 강할 것만 같은 남자 차두리, 그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아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야기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남아공에서의 눈물

2010년 6월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차두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0 남아공월드컵 8강이 좌절되는 날이었다. 한국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일궈냈지만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16강전에서 만난 우루과이에 1-2로 패배했다. 태극전사들의 발걸음도 16강에서 멈춰 섰다.
하늘도 태극전사들의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이날은 굵은 빗방울이 내렸다. 우루과이에게는 승리를 축하하는 빗방울이었고, 한국에게는 아쉬움의 눈물과 같았다. 한국대표팀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태극전사들은 모두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그들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굵은 빗방울처럼 유독 굵은 눈물 방울을 흘리는 이가 있었다. 차두리였다. 경기 종료 후 차두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팀 동료들이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도 차두리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차두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울었다.
차두리는 왜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까. 경기 후 만난 차두리는 "좋은 경기를 했다. 후반에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마지막에 골을 먹고 지니 가슴이 아프다. 특히 이렇게 큰 무대, 좋은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경기를 압도했지만 승리하지 못한 아쉬움, 월드컵 원정 8강이라는 신화를 눈앞에서 놓친 좌절감이 차두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지도 모른다는, 다시는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런 행복과 영광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는 생각이 차두리를 뜨겁게 울게 만들었다. 차두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지워지지 않았다.
차두리의 눈물, 팬들도 함께 울었다. 뜨겁게 우는 차두리의 모습에 팬들도 뭉클했고, 차두리의 활약, 열정, 순수함에 팬들의 심장도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남아공에서 흘린 차두리의 눈물은 그래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두 번째 이야기, 광저우에서의 눈물

2013년 11월9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 차두리는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은 FC서울의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좌절되는 날이었다. 서울은 구단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ACL 결승에 올랐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승에서 만난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우승컵을 내줬다. 홈에서 2-2 무승부,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서울.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우승이 좌절됐다. 서울 선수들의 발걸음도 정상 문턱에서 멈춰 섰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광저우와 2번 만나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2번 모두 비겼다. 그런데도 대회 원칙으로 인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용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서울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지만 아쉬움에 그라운드를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후 한 선수가 그라운드에 털썩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참을 울었다. 팀 동료가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며 진정을 시켰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차두리였다. 차두리는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8강이 좌절된 후 흘렸던 차두리의 눈물. 이번에도 같은 눈물, 아니 2010년보다 더욱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는 왜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까. 광저우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두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때까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 눈물은 멈췄지만 퉁퉁 부어오른 눈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차두리는 말없이 뜨거운 눈물의 흔적만 남긴 채 광저우를 떠났다.
두 번째로 흘린 차두리의 눈물의 의미는 17일 K리그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서울과 인천전이 끝난 후 만난 차두리는 조심스럽게 광저우전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의 의미도 털어놨다.
차두리는 "너무나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 정말, 정말 열심히 뛰었다. 너무 아쉬워 경기가 끝나니 울컥했고 눈물이 났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더 잘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후배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광저우에 지지 않았는데 우승하지 못해 더욱 아쉬웠다. 결승까지 왔는데 우승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그리고 차두리는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또 다른 의미를 전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와 같은 이유에서 흘린 눈물이었다고 했다.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 ACL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 더 이상 서지 못할 수 있다는 상상이 차두리를 뜨겁게 울게 만들었다.
차두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 울컥했다. 이렇게 큰 대회,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무대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워 눈물이 났다. 월드컵 16강 때처럼 울었다. 그 때도 마지막 월드컵이라 생각해서 울었다. 사실 월드컵 때보다 이번이 더욱 아쉬웠다. 남아공월드컵은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승을 목표로 왔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더욱 진한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차두리의 '세 번째 눈물 이야기'를 기다린다
차두리의 눈물은 차두리가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 왜 모든 경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는지, 한 경기 한 경기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증표와도 같다. 뜨겁게 뛰었기에 뜨거운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것이다.
차두리는 한국 나이로 34세다. 현역 은퇴를 고려할 나이다. 차두리 역시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차두리의 눈물이 더욱 뜨거운 이유다.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차두리가 마지막 눈물을 흘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올 시즌 차두리가 보여준 파워, 경쟁력, 영향력은 차두리의 마지막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차두리 앞에는 여전히 월드컵과 ACL 결승 무대가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기회가 놓여 있다. 더 많은 영광과 감동을 전할 열정이 남아있다. 차두리는 "올해는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내년에 ACL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며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도전하는 차두리. 그의 세 번째 눈물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아쉬움과 좌절의 눈물이 아닌 영광과 환호, 감격의 눈물을 기다린다. 한국 축구팬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차두리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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