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가왕(歌王)',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조용필은 7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홀에서 15년 만의 일본 공연인 '헬로 투어 인 도쿄-원 나잇 스페셜(Hello Tour in Tokyo-One Night Special)'을 열고 4천여 팬들과 만났다.
강산이 두어 번은 바뀌었을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가왕' 조용필은 15년의 긴 공백에도 여전히 똑같은, 혹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고, 팬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용필, 15년 만에 도쿄를 울리다…"헬로~"
공연장에 조명이 꺼지고 15년 동안 떨어져 있었던 팬들에게 전하는 듯한 '헬로(Hello)'라는 인사가 울려퍼졌다. 반가운 조용필의 목소리에 팬들은 그리움을 담아 환호했고, 팬들의 함성 너머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며 조용필이 등장했다.
'미지의 세계'를 시작으로 '단발머리'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후끈 달군 조용필은 능숙한 일본어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 박수갈채를 받았다. "건강하셨죠? 오랜만입니다"라고 첫인사를 전한 조용필은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네요. 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다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들 똑같이 젊네요. 저는 어떻습니까? 저도 여전히 젊죠?"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공연 동안 조용필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 말수가 별로 없는 조용필이기에 특별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15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라면 한 번은 감격에 겨운 소감이나 거창한 세레모니가 이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조용필은 말 대신 한 곡 한 곡 가슴을 울리는 무대로 긴 이야기를 대신했다.
'고추잠자리', '널 만나면', '나는 너 좋아', '남겨진 자의 고독', '꿈', '못찾겠다 꾀고리', '판도라의 상자', '친구여' 등 시대를 풍미한 명곡으로 무대는 끝없이 이어졌다. 일본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추억의 미아'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15년 만에 일본어 가사로 울려퍼졌다.
이 날 공연에서는 '도트 이미지(DOT IMAGE)'라는 특수 기자재가 사용돼 무대가 더욱 빛을 발했다. 도트 이미지는 LED 라이트를 이용해 무대를 3D로 연출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조용필이 특별히 준비한 비장의 무기다.
YPC프로덕션 측은 "도트 이미지는 조용필의 아이디어로 일본 연출팀과의 긴 상의 끝에 탄생했다. 기존의 도트 이미지는 가수의 머리 바로 위에서만 구현됐다면, 이번 콘서트에서는 무대 전체를 감싸게 된다"며 "조용필 때문에, 조용필을 위해서 만들어진 장비라는 점에서 연출팀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연출을 위해 마쿠하리 멧세라는 공연장을 대여해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뒤 3일간 공연과 똑같이 리허설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초로 공개된 도트 이미지 효과는 '미지의 세계', '못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등의 무대에 사용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무대의 감동을 배로 더했다.
◆'데뷔 45주년' 조용필, 영원한 우리의 젊은 오빠
10년 만의 신곡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운스(Bounce)'와 '창밖의 여자', '자존심', '장미꽃 불을 켜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끝없이 이어진 히트곡 무대로 공연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모나리자'와 '헬로(Hello)' 무대 때는 '사고 위험 때문에 앉아서 관람해 달라'는 공연장의 당부를 잊은 관객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조용필과 함께 뛰고 춤추며 흥겨움을 더했다.
이 날 공연은 앙코르곡 '그대여', '여행을 떠나요'로 대미를 장식했다. 일본 현지 팬들도, '국민가수' 조용필을 보기 위해 생업도 마다하고 한 달음에 공연장으로 달려온 재일교포들도, '오빠' 조용필을 위해 현해탄을 건넌 한국 팬들과 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은 취재진까지, 조용필의 노래는 4천여 관객을 하나로 만들었다.
조용필을 기다린 팬들은 15년 만의 공연에 감격에 젖었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팬들은 하나같이 수십년간 조용필의 노래를 사랑한 충실한 팬임을 자처하며 조용필의 귀환을 환영했다.
치바현에서 온 하야시 우미코(60)씨는 "NHK홀에서 열린 공연에서부터 30년도 넘게 팬이었다. 조용필은 다른 일본 가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존재 자체가 다른 가수"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K팝 스타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조용필은 일본 가요계에 있어서 'K팝 가수'가 아니라 그냥 '가수'"라고 조용필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 산 할머니의 영향으로 조용필을 좋아하게 됐다는 사토 유미(34)씨는 "조용필은 정말 위대한 가수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처음 나온 '바운스'와 '헬로'를 들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계속 활발한 활동 펼쳤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조용필은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았다.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살아있는 전설'로 수십년간 정상을 지켜왔지만 그의 눈은 늘 꿈꾸고 있다. 10년 만에 발매한 19집으로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황금 수확을 거둔 올해, 조용필은 여전히 "열심히 할 테니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인다.
"음악인이 된 지 벌써 45년이 됐습니다. 아직 괜찮습니까? 젊으니까요!"
소년처럼 꿈꾸고 노래하는 '영원한 젊은 오빠' 조용필, 오늘도 그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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