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두 번째 FA 도전. 이번에는 '대박'이 예상된다.
삼성 외야수 박한이에게 FA는 서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09년 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구단인 삼성과 우선협상 기간에 계약을 하지 못했고, 이후 시장에 나와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결국 박한이는 다른 팀의 콜을 받지 못하고 삼성과 2년간 최대 1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 때까지 박한이가 팀에 기여한 공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금액이다.
국가대표 출신 박한이는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두 차례(2004년, 2006년) 수상했고, 2003년에는 최다 안타 타이틀도 차지했다. 특히 2001년 프로 데뷔 후 13년 동안 세자릿수 안타 기록이 주목을 받는다.
박한이를 넘는 기록은 양준혁의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뿐이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한이지만, 첫 번째 FA 자격 취득 당시에는 실력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저평가를 씻어낼 기회가 왔다. 박한이는 올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다. 그의 시즌 성적은 112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394타수 112안타) 6홈런 55타점. 지난해 3할4리에 비해 타율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자신의 자리를 흔들림 없이 지켰다.
그의 가치는 삼성의 드라마틱한 우승으로 끝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빛났다. 박한이는 두산과 만난 한국시리즈 7경기에 모두 나서 24타수 7안타 타율 2할9푼2리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시리즈 5차전서는 5-5로 맞선 8회초 천금 같은 2타점 적시타를 뽑아 삼성을 구했다. 박한이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6차전에서는 3-2로 앞선 7회말 박한이가 두산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승 3패로 맞선 가운데 맞은 1일 운명의 7차전. 박한이는 3안타 3득점 맹활약으로 팀 득점의 절반가량을 혼자 책임지며 또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박한이는 기자단 투표 73표 중 40표를 얻어 당당히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그야말로 2013 한국시리즈는 '박한이 시리즈'였다.
부상을 이겨낸 투혼도 돋보였다. 박한이는 1차전에서 번트 후 1루로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손가락을 다쳐 2차전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3차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지만 손가락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박한이는 "오늘은 꼭 뛰어야 한다"며 이를 악물고 손목에 테이핑을 감았다.
그리고 박한이는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의 중심에 섰다. 박한이는 "아직 FA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시리즈가 끝났으니 이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13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박한이에게 두 번의 눈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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