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강명구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특별하다.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 우승반지가 5개가 된다. 다섯손가락에 모두 우승반지를 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명구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5번 중 4번이나 영광을 함께 했다.
지난 2003년 삼성에 입단한 강명구는 주전 멤버는 아니었지만 백업 야수와 대주자 요원으로 요긴하게 활용됐다. 팀이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출전선수 명단에 들었다. 그리고 2005, 2006, 2011, 201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 강명구는 당당히 챔피언 반지를 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와 치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강명구가 발 하나로 팀 승리를 이끈 장면은 지그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명구는 삼성이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7회말 공격에서 이지영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대주자로 나갔다. 후속타자 김상수가 희생번트를 댔고 강명구는 2루까지 갔다. 이어 배영섭이 내야안타를 쳤을 때 강명구는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당황한 SK 3루수 최정이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높게 들어왔다. 강명구는 세이프됐고 삼성은 귀중한 쐐기 점수를 냈다.
강명구는 "당시에는 사인미스였다"며 "내 실수였지만 운좋게 득점에 성공했다"고 극적이었던 장면을 돌아봤다.
경기흐름을 바꾸는 건 홈런같은 장타 뿐만이 아니다. 강명구처럼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플레이로 얼마든지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강명구는 "내가 나가서 뛸 상황이 안왔으면 좋겠다"며 "타자들이 잘 쳐서 점수를 쉽게 뽑고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삼성이 1차전에서 두산에 2-7로 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타선 침체가 주요인이었다. 6안타밖에 치지 못했으니 안타수가 두 배(12개)였던 두산을 이길 수가 없었다.
강명구가 발이 빠르다고 해서 베이스를 훔치거나 주루플레이를 할 때 항상 유리한 건 아니다. 상대도 그만큼 경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베이스에서는 찰나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프로입단 시절부터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경험이 많은 강명구지만 매 상황 집중하는 일이 여전히 힘이 든다.
강명구의 남다른 주루 센스에는 노력이 녹아있다. 그는 경기 출전 여부를 떠나 항상 메모를 한다. 상대 배터리 그리고 야수의 움직임과 특성 등을 일일이 기록한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메모 습관을 들였다. 그는 "당시 김평호 주루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이면서부터였다"고 설명했다. 시즌이 끝나면 메모의 내용은 바뀐다. 상대 팀도 강명구에 대해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24일 1차전에서 강명구는 경기 후반 대주자로 나섰으나 승부가 이미 기운 뒤의 출전이었다. 삼성이 1-7로 끌려가고 있던 8회말, 1사 후 대타 우동균이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삼성 벤치는 강명구를 대주자로 냈다.
강명구는 배영섭 타석에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홈을 밟지 못했고 삼성은 두산에 결국 2-7로 패하면서 첫판을 내줬다. 그러나 두산은 강명구의 빠른 발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강명구는 "두산 배터리는 주자에게 쉽게 도루를 허용하지 않는다. 뛰기에는 까다로운 팀"이라며 "도루보다는 베이스에 나가면 상대 수비에 압박감을 주는 게 주 목적"이라고 했다. 주자에 계속 신경을 쓰다보면 타자와 승부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강명구가 팀 공격에 줄 수 있는 또 다른 도움이다.
1년 전과 달리 삼성은 한국시리즈 첫판 홈경기에서 두산에게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그렇지만 삼성이 그냥 주저앉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강명구는 "아내(고승미 씨)가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꼭 우승반지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며 "아이 때문에 직접 구장을 찾지 못하지만 아내를 위해서 꼭 팀 우승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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