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잠잠했던 영웅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삼성과 두산은 우승으로 향하는 편한 길을 위해 각각 이승엽, 김현수의 부활을 기대한다.
양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 나란히 부진하다. 이승엽은 시즌 내내 고전했고, 김현수는 또 가을 무대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을 만나는 두산 투수진이나, 김현수를 상대해야 하는 삼성 투수진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둘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혔다.
이승엽은 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시즌 막판에는 허리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휴식을 취했다. 국내 무대 복귀 후 처음으로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이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에도 이승엽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제 자존심 회복만 남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2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승엽을 키플레이어로 꼽으며 "이승엽이 6번에 들어가는데, 6번은 폭탄 타순이다. 이승엽이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시리즈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시즌에 주로 3번과 4번 타자를 맡았던 이승엽의 타순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일단 6번으로 조정됐다. 이승엽은 올 시즌 한 번도 6번 타자로 나선 적이 없다.
류 감독은 평소 6번 타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부담은 줄고, 공격력은 극대화할 수 있는 타순이라는 생각에서다. 또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도 해내야 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이 '강한 6번 타자'로 거듭난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이승엽은 워낙 잘 치는 타자다. 결정적일 때 안 맞아야 한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잘 막아야 한다"며 이승엽을 경계했다.
두산은 김현수의 부활이 절실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5타수 1안타 타율 6푼7리로 저조했던 김현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10타수 2안타 타율 2할로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왼쪽 대퇴부 타박상을 당해 4차전에 결장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가 김현수에게 많이 맞았다. 김현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정규시즌 삼성과 상대해 타율 3할8푼2리(55타수 21안타) 4홈런 16타점으로 가장 강했다. 특히 배영수를 상대로 6할3푼6리(11타수 7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홈런도 3방이나 때려냈다. 이에 배영수도 "김현수와 오재원에게 많이 맞은 것을 갚겠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삼성은 최형우와 박석민, 이승엽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많다. 그 중에서도 정신적인 면에서 팀의 상징과도 같은 이승엽이 얼마나 제 스윙을 해주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산 중심 타선에서 김현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의 활약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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