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상대팀에서 윤요섭은 전력분석이 안된다고 하더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이 안방을 맡길 윤요섭(31)을 두고 한 말이다. 그 말에는 포수 경험이 많지 않은 윤요섭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윤요섭이 프로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지만 강한 근성과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기량이 급성장, 올 시즌 LG의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했다. LG가 11년만에 참가하는 가을잔치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력분석이 안된다는 말은 상대 팀 입장에서 예측불허의 볼배합을 한다는 뜻. 김기태 감독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볼배합을 하더라"며 웃었다. 말 그대로 전력분석이 안 돼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부족한 윤요섭의 경험에 대한 불안감도 내재돼 있었다.
1차전에서는 선전했지만 팀의 2-4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선발 류제국이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비교적 호투했지만 결정적 내야 실책 2개가 겹쳤고, 타선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7번타자로 출전한 타석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그럭저럭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맞은 2차전. 계속해서 선발 포수로 기용된 윤요섭은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 리즈는 윤요섭의 리드 속에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 완벽투를 펼쳤다. 리즈의 구위가 워낙 좋기도 했지만, 빠른공과 변화구를 적절히 섞으며 스트라이크 존을 폭넓게 사용한 윤요섭의 리드도 리즈의 호투에 한 몫을 했다.
9번타자로 출전한 타석에서는 결승타를 뿜어내는 등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2회말 1사 2,3루에서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만들어낸 윤요섭의 타점이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포수로 나서며 감춰뒀던 '공격 본능'까지도 마음껏 발산해낸 것이다.
LG의 포수 자리는 시즌 개막 전부터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삼성 출신의 경험 풍부한 현재윤이 영입된 것도 약점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재윤까지 두 차례나 부상을 당했다. 시즌 중 영입한 최경철 역시 부상이었다. 그 때 안방을 지켜준 것이 바로 윤요섭이다.
1차전 패배 후 윤요섭은 "꼭 이기고 싶다"고 승리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결국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더 이상 안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외치는 듯한 윤요섭의 맹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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