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 시간에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하네."
최동수가 LG 라커룸을 찾았다. 은퇴 후 두 번째 구장 방문이다. 그가 어려운 발걸음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6일 잠실구장.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LG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최동수가 라커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줄무늬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나타난 최동수를 향해 여기저기서 인사가 쏟아졌다. 최동수는 "이 시간에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최동수는 지난 5일 LG의 시즌 최종전을 마치고 은퇴식을 치렀다. 이날 LG가 두산에 5-2로 승리해 2위를 확정지었기 때문에 그의 감격은 두 배가 됐다. 비록 가을 무대에는 후배들과 함께 오르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들 못지않았다.
최동수는 "솔직히 지금도 나가서 뛰고 싶다. 집에서 나올 때 마음이 설레더라. 이제 유니폼을 입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최동수는 LG 유니폼을 입고 두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그는 "1998년에는 엔트리에만 등록됐다. 2002년이 나의 첫 포스트시즌이나 다름없다"며 "당시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이었다. 내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지금의 LG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 가을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에 최동수는 "지금 무척 떨릴 거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좋지만, 그걸 넘어서면 몸이 굳어지면서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선수단이 정규시즌 같은 기분으로 치렀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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