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봉중근(33, LG)과 오승환(31, 삼성)은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오승환이 각종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독보적인 존재였으나 봉중근이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전향하며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그런 두 선수가 지난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동시에 무너졌다. 주로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의 보직 특성상 두 선수가 한 경기에 마운드에 서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그런데 동시에 부진하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것은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4-2로 앞서던 9회초 등판해 안타 2개와 몸에 맞는 공, 폭투로 2실점하며 4-4 동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 자신의 두 번째 블론 세이브. 다행히 LG는 연장 10회초 4점을 뽑아내 8-4로 승리를 거뒀다.
10회초 LG의 4점을 만들어준 투수는 다름아닌 오승환이었다. 물론 오승환의 실점은 3점 뿐이었고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됐으나 오승환이 점수를 내줬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었다. 오승환은 볼넷과 빗맞은 안타 2개, 그리고 자신의 실책으로 4점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LG와 삼성의 이번 3연전은 두 팀의 마운드 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팀 평균자책점 부문 1,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 LG와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21일, 22일 2경기를 치른 현재 3.61의 LG가 3.68의 삼성에 앞서며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2위다.
그 중에서도 봉중근과 오승환이 벌일 뒷문 지키기 대결이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볼거리였다. 그러나 두 선수는 평소에 잘 보여주지 않는 피칭으로 똑같이 자존심을 구겼다. 팀이 승리한 봉중근의 충격이 좀 덜할 뿐이었다.
첫 경기에서는 오승환을 무너뜨린 LG가, 이튿날 경기에서는 홈런 4방을 몰아친 삼성이 승리를 거뒀다. 아직 기대했던 팽팽한 투수전은 펼쳐지지 않은 가운데 두 팀은 23일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나란히 하루를 쉰 봉중근, 오승환도 지난 등판의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 대기한다.
꼭 리드를 잡은 상황이 아니라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경우 두 선수가 등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LG는 이날 경기 후 나흘간의 휴식을 취한다. 월요일 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삼성도 여차하면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무엇보다 1승1패로 맞서고 있는 두 팀이기 때문에 총력전이 예상된다.
구원 순위에서는 16세이브(5승)의 봉중근이 공동 3위, 14세이브(1승)의 오승환이 5위에 올라 있다. 선두권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오승환이 0.40으로 가장 낮고, 그 다음이 0.98의 봉중근이다. 봉중근과 오승환이 가장 안정적인 마무리라고 볼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런 두 선수가 같은날 같은 경기에서 무너졌다. 이제는 명예회복을 할 차례다.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LG와 삼성의 불펜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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