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발야구'가 잠실구장의 그라운드에 '발목' 잡혔다.
LG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잠실구장의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눈 앞의 승리를 놓쳐버렸다.
팀 타율 1,2위간의 대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팀 타율은 삼성이 3할2푼6리로 1위, LG가 2할9푼1리로 2위였다. 그러나 경기는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투수전으로 흘렀다. 그리고 '불규칙 바운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의 첫 득점부터 불규칙 바운드에 의한 것이었다. 3회초 2사 1,2루에서 최형우가 1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배영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용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김용의의 몸을 맞고 크게 굴절돼 적시타로 둔갑했다.
LG는 발로써 불운을 씻어냈다. 4회말 손주인의 중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지는 1사 1,2루에서 도루 3개로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먼저 김용의가 완벽한 타이밍에 스타트를 끊어 3루 도루에 성공해 1,3루를 만든 뒤 이중도루에 성공하며 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LG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는 팀 도루 30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적극적인 베이스런닝을 득점과 연결시키는 이상적인 장면을 꼭 필요한 순간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LG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삼성을 도운 것은 '땅'이었다. 7회초, 선발 리즈가 몸에 맞는 공 2개로 2사 2,3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지난해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정현욱이 친정팀을 상대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정현욱은 박한이를 상대로 평범한 1루수 땅볼을 유도해내 위기를 넘기는가 했다. 그러나 타구가 김용의 앞에서 크게 튀어오르며 외야까지 흘렀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삼성은 다시 3-2의 리드를 잡았다. 갑작스러운 불규칙 바운드에 김용의로서도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는 유난히 불규칙 바운드가 자주 일어난다. 시즌을 앞두고 내야 흙을 새로 깐 것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험이 많은 내야수들은 노하우를 발휘해 타구를 처리하지만 아직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하고 있다.
이날 LG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것이 억울할 따름이었다. '발'로 웃을 뻔 했던 LG가 '땅' 때문에 울고 말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