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타율 2할9푼5리 7홈런 31타점 도루 12개.
두산 하위타선이 16일 현재 거둔 성적이다. '하위타선이 강하면 팀이 산다'는 말이 요즘 두산에 딱 들어맞는다. 오재원-허경민-양의지-민병헌으로 이어지는 두산 6∼9번타자들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들의 맹활약에 두산은 팀홈런(13개)과 팀득점(78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승률 6할6푼7리(8승4패1무)로 순풍을 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시즌 초반 '동네북'으로 전락한 NC, 한화와 한 차례도 맞붙지 않고 거둔 성적이다. 순도가 무척 높다.
이들 4명의 성적은 네임밸류에서 큰 차이가 나는 두산 중심타선 3명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 김현수-김동주-홍성흔 3명으로 구성된 두산 3∼5번타선은 타율 2할8푼3리 4홈런 25타점을 합작했다. 나쁘지 않지만 개막 전 주위에서 기대했던 무시무시한 파괴력과는 거리가 멀다. 타율 2할1푼1리 1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는 베테랑 김동주의 초반 침묵이 가장 뼈아프다.
두산 하위타선을 주도하고 있는 건 단연 허경민과 민병헌이다. 각각 수비와 발만 빠른 '롤플레이어'로 인식됐지만 화끈한 타격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허경민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비력에 더해 타율 3할4푼8리로 숨은 타격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잠실 롯데전에선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두산이 밤 5시간 5분의 접전 끝에 3-3 무승부에 그친 이 경기에서 허경민의 타격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9번 타순에서 4번타자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민병헌도 주목의 대상이다. 지난 2009년 기록한 5홈런이 개인 최다인 그는 벌써 2개의 홈런을 쳐내며 두산이 '거포 군단'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시즌 타율 3할1푼3리에 도루도 4개나 성공했다. 지난 14일 잠실 롯데전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 경기였다.
0-0 동점이던 2회말 2사 2,3루에서 롯데 에이스 유먼으로부터 좌월 3점홈런을 쳐내더니 5회 2번째 타석에선 볼넷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5-3으로 두산이 추격당한 8회 1사에선 황재균의 짧은 안타성 타구를 엉덩이로 넘어지면서 잡아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산이 연장 11회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밖에 공수에서 투지가 돋보이는 오재원, 시즌 3홈런으로 3년 만에 두자릿 수 홈런 가능성이 높은 양의지도 두산이 그 어떤 팀보다 강한 하위타선을 보유하는 데 일조했다.
근심거리도 있다. 이들의 초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워낙 기대 이상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어 오히려 팀 내에선 불안해 할 정도다. 김진욱 감독은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지금은 초반 타격 페이스가 최고조에 올라 있지만 언젠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그 때를 대비할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때리겠다는 의미다.
두산은 지난 시즌 "3점만 주면 진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타선 전체가 동반 슬럼프에 빠진 탓에 힘들게 시즌을 버텼다. 아직 시즌 첫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두점 베어스'란 오명 탈피에 '오-허-양-민' 4인방이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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