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헬멧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머리카락. 손질하지 않은 수염도 제법 길었다. 말끔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 최희섭(KIA)은 "좋은 성적이 날 때까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희섭이 장발을 선언했다. 머리카락은 물론 수염도 자르지 않는다. 이같은 자신과의 약속은 이번 시즌 동안 유효하다. '좋은 성적'의 기준을 묻자 최희섭은 "팀 우승"이라고 답했다. 그는 "머리카락이 길면 끈으로 묶고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수염도 안 자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같은 외모 변화의 이유에 대해 "2009년의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KIA의 10번째 우승을 일궈낸 때다. 2009년 최희섭은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435타수 134안타) 33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에도 최희섭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쾌조의 타격감을 보이는 등 좋은 기운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팀이 우승을 확정한 뒤 그는 각종 행사장에는 말끔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최희섭은 "2009년에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을 때의 좋은 기억이 있다"며 올해도 특별한 다짐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절박함은 노력으로 나타났다. 최희섭은 2009년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였다. 2010년 타율 2할8푼6리(444타수 127안타) 21홈런 84타점을 기록한 뒤 2011년에는 70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242타수 68안타) 9홈런 37타점으로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80경기서 타율 2할5푼2리(246타수 62안타) 7홈런 42타점으로 바닥을 쳤다.
절치부심한 최희섭의 의지는 스프링캠프부터 드러났다. 일단 부상 없이 훈련을 정상 소화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다. 올 시즌 개막 2경기 성적은 10타수 3안타 타율 3할이다. 큼지막한 2루타를 2개나 날리며 장타력도 확인했다.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 최희섭을 붙박이 5번 타자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주찬 영입으로 타순 활용도가 다양해지면서 3, 4번은 변화가 예고됐다. 그러나 최희섭만은 꾸준히 5번으로 나선다. 4번보다 부담이 덜한 자리에서,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르라는 배려다.
최희섭은 이에 '장발' 의지로 보답했다. 승리의 염원을 머리카락에 담아 올 시즌 맹활약을 약속한 것이다. "삼손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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