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범실 줄이기'라고 강조한다. 상대보다 범실을 적게 하는 게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특히 중요한 고비나 승부처에서 나오는 범실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준다. 지난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그랬다.
이날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게 1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결국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삼성화재가 승리하는데 일등공신은 이날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43점을 올린 레오(쿠바)였다.
그런데 만약 이날 승패가 서로 뒤바뀌었다면 레오의 활약은 반감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유는 역시 1세트 후반 나온 레오의 공격 범실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1세트에서 리드를 잡긴 했다. 그런데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두 점 차로 벌리는 데 성공했지만 계속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렸고 결국 범실이 빌미가 돼 첫 세트를 내줬다.
신 감독은 경기를 치르면서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는 상대보다 먼저 21점 고지에 오르는 것. 25점 랠리포인트제의 배구경기(5세트는 15점)에서 21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세트 후반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 점수을 먼저 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번째는 23점 이후 마무리다. 그리고 상대팀과의 점수를 3점 차 이상 벌려놓는 게 마지막이다.
신 감독은 이 세 가지가 잘 맞아떨어질 경우 세트 승부가 뒤집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1차전 1세트에서 삼성화재 선수들은 두 부분에서 신 감독의 뜻을 따르지 못했다.
레오는 1세트 삼성화재가 19-17로 앞선 상황에서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레오가 때린 공은 아웃됐다. 앞선 상황에서 여오현과 석진욱은 대한항공의 공격을 두 차례나 연속해서 디그로 걷어냈다. 삼성화재에겐 대한항공을 3점 차 이상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연하게 2단 연결은 해결사 레오에게 갔다. 그러나 레오는 이 찬스를 날렸다. 여기서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게 다시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화재는 23-21로 앞서갔다. 그런데 마무리도 매끄럽지 못했다. 레오가 시도한 서브가 아웃되면서 한 점을 내줬고 이어 석진욱의 공격이 마틴의 손애 걸리는 바람에 23-23 동점이 됐다. 이후 흐름은 순식간에 대한항공 쪽으로 넘어갔다. 마틴의 공격과 한선수의 서브득점으로 대한항공이 1세트를 따냈다.
대한항공 역시 중요한 순간 범실에 발목이 잡혔다. 4세트 후반 한선수의 세트 범실이 나온 것. 삼성화재에게 2, 3세트를 내리 내줬지만 대한항공은 4세트에서 다시 힘을 내 상대를 압박했다. 그런데 20-21 상황에서 세터 한선수와 곽승석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한선수가 백토스한 공은 누구의 손에도 맞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대한항공이 4세트를 가져갔다면 이날 승부는 어떻게 될 지 몰랐다. 한선수의 결정적인 범실 하나로 분위기를 뺏긴 대한항공은 추격에 나서봤지만 이 때 벌어진 점수 차를 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상대 범실로 4세트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7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나 2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문 한을 풀려는 대한항공 모두 범실 줄이기가 남은 챔피언결정전의 공통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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