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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맨' 이요한, 더 이상의 불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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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지난해 리그 12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성남 일화는 올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신임 안익수 감독은 빠른 공격과 빡빡한 겹수비로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자존심 회복에 집중할 생각이다.

전 포지션에 걸쳐 소리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앙 수비진의 가열찬 전쟁이 눈에 띈다. 윤영선(25), 임종은(23) 두 젊은피와 부상 복귀자 황재원(32) 간의 주전 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한 명 더 추가됐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이적해온 올림픽대표팀 출신 이요한(28)이 새로운 수비 리더로 부각되고 있다.

이요한은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해 어느새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그는 인천을 시작으로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 2008년 전북 현대, 2011년 부산 아이파크를 거쳐 올해 성남에 입단한 '저니맨'이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축구 명문 동북중, 고교를 거쳤고 20세 이하(U-20) 대표팀, 베이징 올림픽대표팀 등을 지냈다. 또래 친구들인 박주영(셀타 비고), 이근호, 이승현(이상 상주 상무), 오장은(수원 삼성) 등과 잘나갔다.

그러나 프로 입문 후 선수 생활은 꼬임의 연속이었다. 2007년 제주로 이적할 때는 인천의 재정 사정으로 김상록과 트레이드 됐지만 강제로 팔려갔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힘없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제주에서는 정해성 감독이 사임하면서 그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전북에서는 우승을 맛봤지만 2008년 7월 무릎 십자 인대 부상으로 1년을 푹 쉬었다.

부상 악령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뛸 만하면 무릎이 괴롭혔고 지난해 동계 훈련에서는 너무 철저한 준비를 하다 다시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21일 성남의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남해에서 만난 이요한은 모든 것을 초탈한 듯 과거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는 "부상이 계속되니까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다. 은퇴도 생각했었다"라며 불운이 계속됐던 시간을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축구에 집중하기 더욱 어려워졌고 더 이상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중국, 일본 등에서 적당히 연봉을 받고 편하게 생활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던 상황에서 성남으로 자리를 옮긴 안익수 감독의 전화를 받게 됐고 고민을 거듭하다 스승을 따르기로 했다.

성남 합류 후 이요한은 안 감독의 단골 질책 대상이다. 기대만큼 해주지 않는다며 늘 노력하라는 이야기만 듣고 있다. 그래도 즐거운 이요한이다. 그는 "그동안 선수로서 누릴 것은 다 누린 것 같다. 성남에서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감독님 전화 받고 한 번 더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믿고 따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호랑이 지도자'인 안 감독을 따르려는 이유는 명확했다. 숨통을 조여올 정도로 선수들을 압박하는 안 감독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적응은 어렵지 않다"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관건은 부상 재발을 막는 것이다. 매번 부상으로 쓰러지는 것이 억울했다는 이요한은 "관리를 제대로 안해서 그랬다면 덜 억울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극복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전했다.

지도자라는 큰 꿈을 꾸고 있는 이요한은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을 경험한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팀을 많이 옮겼지만 그만큼 배움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축구 입문 후 일지를 빼놓지 않고 써왔다. 두꺼운 수첩에 적은 것이 14권이나 된다. 박주영 등 친구들은 꼼꼼하게 일지를 적는 그를 보며 "미친놈"이라고 놀릴 정도다.

노련미로 뭉친 이요한의 목표는 단 하나다. 올 시즌 성남의 부활을 이끌면서 자신도 비상하는 것이다. 그는 "상위권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잘하면 3~4위권도 가능할 것 같다. 운이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감독님,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갈 것임을 선언했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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