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강력한 뒷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운드가 약하다는 이번 대표팀에 대한 평가에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19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대만 입성 후 첫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대표팀의 0-1 패배. 3~5번 타순에 나란히 포진한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이 침묵하는 등 타격은 아직 페이스를 찾지 못했지만 마운드에는 생기가 넘쳤다.
특히 국내 최고의 불펜 투수들이 연이어 등판한 경기 후반이 볼 만했다. 손승락이 1이닝 동안 나성범에게 2루타,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고 결승점이 된 1점을 내줬지만 정대현과 박희수, 오승환이 나란히 1이닝 씩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먼저 7회 등판한 정대현이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완벽하게 이닝을 마쳤다. 8,9회 등판한 박희수와 오승환도 안타를 하나씩 내줬지만 삼진도 하나씩 잡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정대현이 16개, 박희수가 10개, 오승환이 14개로 적당했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류현진, 봉중근, 김광현 좌완 트리오가 빠지면서 마운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 선수의 이탈은 선발진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역대 어느 대표팀에도 뒤지지 않는 불펜진의 위용이 선발진의 약화에 가린 측면이 있다.
상황에 따라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등판 순서를 정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대현, 박희수, 오승환이 뒷문을 걸어잠글 전망이다. 빼어난 구위는 물론 세 선수가 언더핸드, 좌완, 우완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투수라는 점도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손승락, 유원상과 같은 수준급 불펜 투수도 있고 나머지 투수들 가운데 불펜으로 활용될 자원도 있다. 하지만 경험이나 구위 면에서 정대현, 박희수, 오승환이 필승조로 핵심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류중일 감독이 첫 평가전부터 마지막 3이닝을 이들에게 맡긴 것도 우연은 아니다.
분명 약점도 있다. 좌완 불펜 요원이 박희수 뿐이라는 점이다. 이는 대표팀 명단을 구성하면서부터 제기됐던 문제점이다. 차우찬, 장원준이 박희수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느냐가 변수다. 좌타자들에게 강한 우완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20일 NC와 다시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이 보유한 강력한 불펜의 힘이 마운드가 약하다는 우려를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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