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현대전은 정보전이다. 승부세계에서는 상대의 특징과 움직임을 빨리 파악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야구도 마찬가지. 상대에 대한 분석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 각 구단이 전력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 각국 대표팀에도 전력분석팀이 존재하지만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리그를 통해 몇 차례나 맞붙는 상대와는 달리 거의 처음 만나는 상대들이다. 1패가 큰 타격이 되는 단기전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전력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다.
선수단 내부에 있는 정보통의 역할이 커졌다. 상대 국가의 리그를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선수들의 정보는 전력분석팀이 제공하는 것과는 또다른 성격을 지닌다. 오히려 피부로 느낀 생생함이 예상 밖의 큰 도움이 되고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한국에는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이대호(오릭스) 등 지일파가 많다. 이들은 2라운드에서 맞붙게 될 일본을 상대로 요긴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경험한 세 선수가 중심이 돼 타선을 이끈다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먼저 직접 타석에서 보여줄 해결사 역할이 기대된다. 세 선수는 WBC, 올림픽 등에서 유독 일본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또한 일본 투수들의 특징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도 대표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팀에 포함된 주력 투수들은 세 선수가 모두 수 차례 맞붙어본 상대들이다.
대만 역시 지일파를 보유하고 있다. 대만 대표팀 중 일본 프로팀 소속 선수는 총 4명. 그 중 소속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투수 양야오쉰(소프트뱅크), 외야수 양다이강(니혼햄) 형제가 정보통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양다이강은 벌써부터 이나바 아쓰노리, 나카타 쇼 등 니혼햄 동료들의 정보를 대만 대표팀과 공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일본과 만나기 위해서는 1라운드에서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가 바로 네덜란드다. 주로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으로 구성된 네덜란드 대표팀은 전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평가여서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 대표팀 안에는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를 아는 선수가 없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소속팀 삼성을 활용했다. 삼성이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밴델헐크가 네덜란드 출신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밴델헐크에게 네덜란드의 야구 스타일을 많이 물어봤다"며 "빠른 주자가 많아서 많이 뛴다고 하더라. 타자들은 직구 계통을 많이 치고 변화구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될 외국인 선수가 일종의 전력분석원 역할을 한 셈이다.
네덜란드 대표팀에도 일본에서 뛰고 있는 외야수 발렌티엔(야쿠르트)이 포함돼 있다. 올 시즌부터 일본 무대를 경험하게 될 앤드류 존스(라쿠텐)도 있다. 정보통 역할을 떠나 해외파 선수들이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의 국가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이번 WBC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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