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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 출발 넥센 염경엽 감독 "개별 면담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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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꼼꼼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현대 유니콘스 선수 시절부터 그 날 치른 경기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가 직접 경기에 뛰지 않는 날에도 덕아웃 한편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볼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런데 한창 배트나 야구공, 글러브를 만져야 할 때 필기구를 손에 쥐었을까. 염 감독은 "사실 그 때는 백업선수로 밀려있을 때"라고 했다. 염 감독은 현역시절 한 번도 주전 라인업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태평양 돌핀스를 거쳐 현대 유니폼을 입고 있던 1995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1996년 박진만(현 SK 와이번스)이 팀에 입단한 뒤 사정이 바뀌었다. 대형 유격수로 꼽히던 박진만이 중용되는 대신 염경엽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당시에는 (박)진만이에 대한 원망도 했고 김재박 감독에 대한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수비와 주루 능력으로 버틴 프로무대였는데 역시나 방망이가 문제였다. 염 감독은 "다 내가 스스로 뿌린 씨앗이었다"고 했다. 태평양과 현대에서 뛴 5시즌 동안 평균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다. 앞선 5년은 주전 유격수로, 그리고 이후 5년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주로 나오면서 프로선수로 10년 경력을 채우고 지난 2000년 유니폼을 벗었다.

▲초보 감독,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은퇴 후 염 감독은 구단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라운드와는 한 발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스카우트와 운영팀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프런트 직원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염 감독은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며 "내가 이 자리에서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나중에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는 후배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지 않은가"라고 얘기했다.

그는 2000년 현대 2군 매니저를 시작으로 프런트 업무를 봤고 2001년 운영팀 발령을 받았다. 선수들의 연봉 협상과정을 진행했다. 선수 때와 다른 세계였다. 그 전까지는 야구만 잘하면 됐다. 그런데 구단 생활은 달랐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다른 각도에서 잘 알게 됐다"고 했다.

1996년부터 시작한 메모 습관은 계속 이어졌다. 수첩과 메모장에 깨알같이 적어 넣은 각종 경기기록과 상황별 내용 분석은 어느덧 5권을 훌쩍 넘겼다. 결국 이 때 쌓인 자료가 도움이 됐다.

프런트에서 일하던 염 감독은 2006년말 코치 신분으로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당시 팀의 투수코치를 맡고 있던 김시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였다. 김 감독은 염 감독과 인연이 깊다. 염 감독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김 감독의 도움이 컸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시 자금난으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는 2007시즌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염 감독은 LG 트윈스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스카우트와 운영팀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져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2011년 그는 LG에 사표를 냈다. 새로 부임한 김기태 감독이 붙잡았지만 친정 격인 넥센에서 러브콜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도 염 감독에게 '함께 하자'는 의사를 비친 건 당시 넥센 사령탑을 맡은 김시진 감독이다.

넥센에서 염 감독은 주루코치로 활동했다. 넥센은 선수들의 발이 느린 팀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1년 팀 도루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염 감독이 코치로 온 뒤 달리는 팀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팀 도루 부문 1위에 올랐다. 개인 도루 부문 2위를 차지한 서건창의 활약도 있었지만 20홈런 20도루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강정호와 박병호의 도움도 컸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긍정적으로 생각

지난해 9월 시즌 도중 김시진 감독은 계약해지됐다. 넥센은 시즌 중반까지 잘 나갔다.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로 힘이 떨어졌다. 결국 4강 진입이 어려워지자 팀 분위기 개편에 나섰고 김 감독이 팀을 떠났다. 김성갑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시즌 남은 일정을 마무리했다.

염 감독은 "당연히 나도 팀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런데 행운일까. 넥센 이정석 대표와 면담을 하던 도중 그는 뜻밖의 제의를 받았다. 팀의 수장을 맡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고민을 했다. 감독 자리는 자기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평소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코치를 시작하면서 목표는 팀의 수석코치였다"며 "감독을 보좌하고 팀 선수단을 이끄는 그런 자리를 원했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넥센 제3대 사령탑에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닌 현역 시절 '백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그가 올랐다.

염 감독은 취임 이후 '소통'을 강조했다. 시즌 종료 후 일본 가고시마로 마무리훈련을 다녀왔다. 그곳에서도 캠프 참가 선수들과 코치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무리훈련을 끝내고 귀국했지만 면담은 계속됐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는 개별 면담을 실시해 전 선수단과 이야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코치시절과 견줘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염 감독은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코치 때와 달리 신경쓸 부분이 확실히 늘어났다"며 "여러가지를 챙겨야 한다"고 웃었다. 그가 선수단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훈련이다. 염 감독은 "경기보다는 훈련에 신경을 쓰겠다. 경기를 치를 때는 선수들도 편하게 해야 한다"고 며 "대신 훈련을 할 때는 잔소리를 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있다"며 "초보감독이라 그런 부분이 덜할 것 같지만 안그렇다"고 웃었다. 염 감독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며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염 감독은 다가오는 새 시즌 준비를 위해 20일 오후 선수단과 함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다. KIA 타이거즈와 막내구단 NC 다이노스도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넥센은 2월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장소를 옮겨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정규시즌은 시작되기 전이지만 연습경기를 등을 통해 염 감독은 사령탑으로 비공식 데뷔전을 갖는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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